“‘이무영청장의 카리스마와 유례없이 시도되는 개혁’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으나 개혁의 허상은 곧 드러날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보인다’는 추상적 모토아래 무조건적 충성과 사명감을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의 전위대로까지 불렸던 경찰대 출신 서울 일선서 중견간부 A씨가 전하는 현장의 목소리다.
1998년 12월 이 청장 취임이후 계속돼 온 ‘경찰개혁’이 구호만 요란했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다.
홍보성 이벤트에 치우쳤다는 비난과 함께 ‘상의하달’은 많았으나 정작 윗물은 개혁의 뒷전에 있다는 비판도 속출하고 있다.
우선 인사의 공정성에 대한부정적인 평가가 봇물을 이룬다. 또 경찰관 처우개선은 이루어졌지만 대민 서비스는 미흡하고 경찰비리도 여전해 ‘위로부터개혁’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계속되는 인사파행
이 청장체제 이후 파벌,지역주의등 인사행정을 둘러싼 잘못된 관행들이 오히려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5인방’, ‘7인방’ 등 이 청장의 측근 중심 행정에 대한 무성한 뒷말과인사 때마다 갖가지 음해나 줄대기가 그치지 않아 조직을 뒤흔들고 있다.
지역편중인사,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 간부와 비간부 출신의 갈등 등으로 조직이 사분오열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서울 일선서A과장은 “현 정권 들어 특정지역과 특정학교 출신이 우대받으면서 이 조건을 갖추지 못한 간부들은 ‘유리천정’에 막혀 사실상 진급을 포기한 상태”라고울분을 터뜨렸다.
▼홍보성 경찰개혁
개혁의 허상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민원인의 불만과 불편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만든 청문감사관제는 이름만 그럴듯한 제도라는 게 일선의 목소리다.
민원봉사실과의 업무경계가 불분명하고하는 일조차도 거의 ‘경찰잘못은 없다’는 식이다.
올들어 4월까지 서울A서는 민원이 접수된 28건중 불과 3건만 경찰잘못으로 인정했고, 민원내용도 당사자 외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일선경찰서 사이트에는 청문감사관들이 올린‘경찰 칭찬하기’ 글로 도배돼 민원부서인지 경찰칭찬부서인지 분간하기어려울 정도다.
일선서 A중견간부는 “(청문감사관은)조직통합으로 자리 잃은 간부들이 오는자리”라고 귀띔했다.
민의수렴과 치안정책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사이버경찰청도 여론 호도용으로 이용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최근 서울경찰청 의경 인사청탁 의혹은 감찰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서울청은‘원칙에 어긋난 의경인사는 없었다’는 내용으로 지난 7일 일선 경찰서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 올려 놓았다.
경찰조직이나 업무를 질타하는 글이 올라갈 경우 이를 반박하는 글이 곧장 따라붙기 일쑤여서 사이버시위를 방불케한다.
경찰관이 업무와 관련, 금품을받았을 경우 이를 신고하는 ‘포돌이 양심방’도 일선서에 만들어졌지만 기껏해야 수만원등 ‘경미한 내용’이 주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미아리 텍사스촌 상납비리가 터져 경찰개혁을 무색케 했다.
최근에도 오락실 업주로부터 단속정보를 알려주고 돈을 받은 경기경찰청 직원 2명이 구속되는 등 고액 뇌물사건은 그치지 않고 있다.
▼꽉 막힌 언로
개혁은 표류하고 있는 와중에 언로(言路)까지 막히고 있다.
최근 부산경찰청 차재복 경사의 인터넷파문과 이에 따른 파면조치이후 하위직의 개혁목소리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각경찰관련 게시판에 올라온 일선 직원들의 쓴 소리는 삭제되기 일쑤이고 일부는 IP(인터넷 주소)추적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개혁을 요구하는 소장파들은 이 때문에 IP추적을 피해 PC방 등에서 글을 올리거나 언론사 등 익명이 가능한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순박경찰’이라는 ID를 사용한 네티즌은 최근 차경사 홈페이지에서 “비판적인 글을 올리면즉시 삭제하고 IP를 추적해 징계하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개혁을 후퇴시키는 행위”라고지적했다.
/사회부 경찰팀
■동국대 이황우교수
“하위직 경찰관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제도개혁과 인사행정은 아직 멀었습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황우(李璜雨) 교수는 경찰개혁의 공과(功過)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 교수는 경찰개혁의 최대 성과로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 진작책과 국민 편의 위주 정책의적극 실시를 들었다.
이 교수는 “보수 현실화, 근무교대제 확대 등으로 자긍심 고취는 물론 부정부패의 고리를 차단하는 효과를 거두었다”며 “사이버 경찰청개청과 교통법규 위반시 경고제 도입 등도 국민 편의를 먼저 고려한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제도개혁과 인사행정에 대해서는 연신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제도개혁과 관련, 이 교수는 ‘지방자치 경찰제도’와 ‘경찰 수사권 독립’을 예로 들어 “자치경찰제는 대통령 공약이었는데도 아직 추진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으며 수사권 독립 문제는 ‘치고 빠지기식’으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위 두가지 문제를 ‘경찰의 오랜 숙원과제’라고 전제한뒤 “진정한 경찰개혁을 위해서는 제도개혁이 필수적인 데도 수뇌부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행정에 대해 이 교수는 “아직 예측가능한 인사행정이 정착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경찰대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칫 내부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비경찰대 출신의 승진 기회를 봉쇄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이 교수는 또 경찰공무원법을 개정,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직위해제된 경찰간부가 다시 복직된 뒤 승승장구하는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경찰홍보'파상공세 배경싸고 설왕설래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의 ‘홍보활동 강화’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경찰 내부에 조차 “개혁 전파가 아닌 인기와 입신영달을 위한 것”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청장은 경찰 안팎에 포돌이, 호루라기 공연단, 인터넷 게시판 글쓰기, 신문기고 등 파상적인 홍보활동으로 이름나 있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서울 A경찰서의 L경정은 “경찰의 홍보행태를 보면 경찰조직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이 청장 개인을 우상화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최근 발간된 경찰청의 화보집을 보면, 이 청장의 활동상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과 남북 정상회담과 함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또 경찰청 홈페이지의 목 좋은 곳에는 ‘청장 훈시’, ‘청장 당부말씀’, ‘청장 특강 1ㆍ2’가 동영상으로 올라와 있다.
때문에 경찰청이 만든 인터넷방송국(PBN)이 “개인 방송국이냐”라는 비아냥도 무성하다.
이 청장 특유의 ‘여론 몰이’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위직인 ‘순경, 경장, 경사’의 계급 통합 추진.
이 청장이 내세운 명분은 경찰의 사기진작과 여론조사 결과. 하지만 경찰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순경과 경장의 ‘당연한 지지를 바탕으로 한 사실상의 여론조작’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대우자동차 노조 폭력진압 사건으로 ‘이 청장 경질론’이 빗발칠 때 ‘이 청장 옹호론’이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을 도배하고, 경찰이 언론사를 상대로 대대적 로비활동을 벌이는 등 이 청장이 사익을 위해 여론을 ‘창출’,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론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지난 1999년 경찰개혁의 핵심사안으로 떠오른 ‘수사권 독립’ 문제를 놓고 빚어진 검찰과 경찰의 갈등으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자 이 청장은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서울 B경찰서의 한 중간간부는 “민감한 사안을 피해가며 업적 과시와 인기몰이에 몰두하는 것은 이 청장 개혁론의 동기 자체를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의 홍보강화가 “(이청장의) 내년 6월 광역자치단체장 출마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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