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질서한 것이 좋다유쾌하다. “아내는 질서 애인은무질서, 컴퓨터는 질서 니체는 무질서, 무질서는 꿈을 만들고 질서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든다”고말하는 이탈리아의 ‘퓨전’ 이야기꾼 루치아노 데 크레센초(73)의 글은 유쾌하다.
“모든것은 흘러가지만 유머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그의 유머는 포복절도할 즐거움과 사유의 기회를 함께 준다.
‘나는 무질서한 것이 좋다’는 고금의 철학, 좌익과 우익, 컴퓨터 세상과 축구 스타에 이르기까지 세상만사를 질서와 무질서라는 잣대로 풀어본 에세이집이다. 가볍게 말하되정곡을 찌르는 촌철의 기지가 글마다 번득인다.
망나니 도박꾼 포포는 거액의 복권이 당첨되었다는 소문을 온 마을에 퍼뜨려 친구들을초대해 한턱낸다.
“행복을 살 수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 여러분에게 기다림을 보상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것, 탈선, 미친 짓, 무질서 등 이런 것뿐입니다.”
일장연설을 하며 친구들에게 술을 먹이던 그가 파티가 끝날 즈음 비용을 덤터기씌운 채 종적을 감춰버린다. 그가 파티장 직원에게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 “난, 돈이라면 구역질이 나!”
자유분방한 사유와 글쓰기로 ‘청바지 철학자’라는별명이 붙은 크레센초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로 대표되는 질서와 무질서의 대비, 예술작품이란 이대립적 관계에 있는 두 개의 극이 서로 부딪쳐 스파크를 일으킨 것이라는 니체의 통찰에 이어 과연 독재는 질서이고 혁명은 무질서인가라는 의문을 풀어볼것도 독자에게 권한다.
“세계를 바꾸어보겠다는 의지로 시작해서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는 것으로 인생은 끝난다.” 크레센초가 들려주는 18편의 에피소드는 그대로 독자에게는“당신은 어느 편에 끌리는가”라는 질문이기도 한데, 책 말미에는 친절하게 성 아우구스티누스와마릴린 먼로에 이르는 역사상의 위인과 유명인 100여 명의 이름을 나열한 후 그들은 각각 질서와 무질서 어느 편에 속하는지 맞춰보라고 게임 문제를내기도 했다.
크레센초는 헤라클레이토스 철학 이야기 ‘판타레이’, 유머 가득한 일상어로 풀어낸 ‘그리스 철학사’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
공학도 출신으로 IBM 이탈리아 책임경영자로 있다가 문학과 연극, 영화의 예술세계로 뛰어들어20여 권의 책을 내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 자신 ‘무질서한 인물’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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