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는 개막식이 없다. 있다 해도 10~20분 정도의 간단한 형식적인 행사여서‘사실상 없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월드컵 조직위의 최창신 전사무총장이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축구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있느냐”며개막식의 필요성에 대해 반문했다고 한다.지난 해 조직위가 월드컵 홍보 스티커를 만들어 배포했을 때도 FIFA에서는 “월드컵을한다는 사실 이상의 홍보가 어디 있느냐. 차라리 돈을 받고 판다면 더 좋은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불필요한 일을 하지 말도록 당부했다.
월드컵 조직위는 최근 월드컵 개막식 연출자로 손진책(극단 ‘미추’대표)씨를 선임했다. 88올림픽 문화예술축제 한강축제 총감독을 맡았던 그가 어떤 개막식을 준비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월드컵개막식은 올림픽과는 그 성격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소문에 의하면 월드컵 조직위의 이연택 공동위원장이 개막식을 화려하게 해야 한다고주장하는 반면 정몽준 공동 위원장은 개막식에 반대적인 입장이다.
축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당연히 정위원장의 견해가 옳다고 생각한다. 조직위가 가장잘못 생각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월드컵을 올림픽처럼 준비한다는 것이다. 물론 88올림픽의 경험이 스포츠 행사로서 월드컵 준비에 도움이 되겠지마는같은 맥락에서 생각한다면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올림픽은 개최도시의 재량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지만 월드컵의 주최는FIFA이다. 조직위는 주관단체에 불과하다. 또 관광객에서도 차이가 있다. 월드컵 관광객의 관심은 오직 축구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언론의관심도 마찬가지다.
지난 컨페더레이션스컵 기간 중 지방자치단체들은 많은 문화행사를 준비했다가 FIFA의 제재로 제대로 못 치른 쓴 경험이 있다. 과연 축구장에서의 문화행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치르면서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은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축구 다음의 부수적인 행사이어야 한다. 축구가 아닌 다른 무엇이 축구보다 더 중요하게 강조된다면 우리의 월드컵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축구는 세계 공통의 언어를 제시한 가장 아름다운 경기이기 때문이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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