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를 9번이나 제패한 야구명가 해태 타이거스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8월1일부터 기아 타이거스로 유니폼을 바꿔입는다.기아자동차(사장 김수중)는 18일 해태 타이거스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과 구단실사를 위한 협정서에 조인했고 7월말께 정식으로 구단 양도양수계약을 한뒤 8월1일부터 시즌에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기아자동차는 또 인수대금은 180억원으로하기로 잠정 합의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가입금 30억원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단주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회장이 맡고 김수중 기아자동차사장이 구단주대행, 김익환 기아자동차 홍보실장겸 프로농구 기아엔터프라이즈단장이 사장, 정재공 기아농구단 부단장이 단장으로 각각 내정됐다.
기아차는 해태인수계약이 완료되는 대로 KBO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하고 KBO는이사회를 열어 이를 승인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8월1일 인천에서 열리는 SK전에 첫 선을 보이게 될 기아 타이거스는 8월6일 광주에서 정몽구 구단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창단식을 갖는다. 또 8월7일 창단 후 첫 홈경기로 열리는 SK전에 앞서 대대적인 출범식과 함께 팬서비스행사를 벌인다.
기아차는 5월말 정몽구 구단주의 해태 인수선언이후 조흥은행측과 지분인수와 자산인수방식을 놓고 의견이 대립돼 인수협상에 난항을 겪기도 했으나 기아차측이 지분인수 방식을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작업 실무를 맡고 있는 정재공 단장내정자는 “조만간 이종범과 만나 계약을 마무리짓고 이달 31일이전에 KBO에 해태선수로 등록할 예정이다”고 밝혀 이종범과 상당한 수준까지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추측된다. 이종범의 연봉은 3억원 내지 5억원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해태연표
1982년 1월30일 창단
1983년 전기리그 1위, 한국시리즈첫 우승
1986년 정규리그 2위, 한국시리즈우승
1987년 정규리그 2위, 한국시리즈2연패
1988년 정규리그 1위, 한국시리즈3연패
1989년 정규리그 2위, 한국시리즈4연패
1991년 정규리그 1위, 한국시리즈우승
1993년 정규리그 1위, 한국시리즈우승
1995년 11월 선동열 주니치드래곤스 진출
1996년 정규리그 1위, 한국시리즈우승
1997년 정규리그 3위, 한국시리즈우승
1997년 11월 모기업 부도,조계현 현금4억에 삼성에 트레이드, 이종범 주니치 진출
2000년 10월 김응용 감독삼성행, 김성한 신임 감독 부임
■해태 '영욕의 20년'- 한국시리즈 9번정상 '호남의 자랑'
31일 인천에서 열리는 SK전을 끝으로 사라지는 해태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후 한국시리즈 4연패(86~89시즌) 등 모두 9번이나 정상에 오른 명문구단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삼성으로 옮겨간 김응용 감독이 이끌었던 해태는 불세출의 스타 선동열(KBO 홍보위원)을 필두로 김성한(해태감독) 김봉연(전 해태코치) 한대화(동국대감독) 김종모(삼성) 김일권(전 현대코치) 이순철(LG코치) 이종범(전 주니치 드래곤스) 이강철(삼성) 조계현(두산) 임창용(삼성) 등 야구사에 길이 남을 숱한 스타를 배출했다.
해태는 군사독재시절 호남인들의 절대적인 성원속에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전국 어느구장을 가든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호남인들에게는 지난 20년간 ‘마음의 고향’같은 존재였다.
특히 끈끈한 선후배관계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팀칼러를 앞세워 한국시리즈에 9번 진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다른 팀에서는 해태의 이 같은 팀분위기를 벤치마킹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해태는 97시즌 한국시리즈를 제패한뒤 쇄락을 길을 걸었다. 97년IMF사태로 모기업 해태제과가 부도나는 바람에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돈줄이 막혀 근근히 버텨왔다.
간판선수들을 해외로 내보내거나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하면서 받은 돈과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이 지원하는 자금으로 구단을 운영해왔던 해태는 전력이 급속도로 약화되며 하위권을 맴돌았다.
올 시즌들어 자금지원에 한계를 느낀 조흥은행측이 KBO에 매각을 위임하면서 해태시대의 마감을 예고했다. 5월말 기아차가 해태를 인수하기로 선언하면서 해태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역사속에 묻히게 됐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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