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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제는 우리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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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제는 우리가 배워야 한다.

입력
200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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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商)은 중국 최초의 왕조로 역사에 등장하는 은(殷)나라의 초기 이름이다. 대략 600여년간 이어진 은왕조는 천하미색 달기와 주지육림에 빠진 주(紂)왕에 이르러 주(周)나라에 의해 멸망한다.나라를 잃은 은나라, 즉 상나라백성들은 신분과 재산을 박탈당한 채 유랑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생계의 수단이 막막했던 상나라 사람들은 장사에 뛰어들어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며 곧 장사꾼의 대명사로 일컬어 지게 됐다고 한다.

요즘 말로 하자면 사업가를 뜻하는 상인(商人)이란 말의 어원이다. 수 천년동안 나라가 없이 온갖박해와 멸시를 받아가며 남의 나라에서 더부살이를 하면서도 각 국의 상권을 장악, 실질적인 세계의 지배자가 된 유대인의 역사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그 타고난 장사꾼의 나라 중국이 격렬한 용틀임을 하며 경제강대국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질주하고 있다.

최근 중국을 다녀온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중국의 변화상에 경탄을 금하지 못한다. 경제부처 모장관은 “불과몇 년만에 다시 찾은 상하이가 상전벽해처럼 변해 깜짝 놀랐다”면서 “중국이 이렇게 환골탈태하는 동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하니 울화통이 터져잠이 안 오더라”고 말했다.

중국의 질주는 정말 경이롭다.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지든 말든 매년 7~10%의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이 1조800억 달러로 세계 7위권에 올라선 중국이 경제규모 면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날은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중국 경제발전에 대한 놀라움은 곧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겐이치(大前硏一)는중국이 아시아 각국의 공업기반과 투자자본을 흡수함으로써 아시아 경제의 공동화(空洞化)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만,일본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는 게 사실이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을 찾던 외국 투자가들이 서둘러중국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마치 스펀지가 주변의 물기를 남김없이 빨아들이는 양상이다. 섬유 의류 완구 등에서 한국제품을 세계시장에서 몰아냈던중국산은 이제 가전제품에서까지 한국산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두려움의 눈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중국의 위협에 위축되기보다는 우리 뒷마당에 세계최대의 경제권이 탄생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공세적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규모는 313억달러로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 교역국이다. 무역수지는 항상 흑자다. 90년 이후 한국경제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특수(特需)의 영향도 컸다.

중국은 이제 단순한 이웃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결정지을 수 있는, 국가 전략의 핵심변수로 등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중국을 너무 모른다는 점이다.

두 나라간에 국교가 정상화된 것은 아직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92년 수교직후 뜨겁게 일던 중국붐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사라져버렸다.

민간ㆍ국책연구소의 중국팀들은 해체되거나 축소됐고, 대중국 진출의 첨병역할을하던 종합상사는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국가 차원에서 중국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조직도 없으며 양국간 인적 경제적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도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사업가들이 미지의 중국시장에 뛰어들어 맨땅에 헤딩을 해가며 쌓은 노하우가 있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고 무모하게 덤볐다가 알몸으로 쫓겨난 사업가도 비일비재하다. 10년간 비싼 수업료를지불한 셈이다.

이러한 사업가들의 경험과 지식을 한데 모아 국가자원화하고 잘 활용한다면 수 십, 수 백배로 수업료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

한때 중국 정부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벤치마킹 하기 위한 특별조직을 운영했다.그러나 이제 그 조직은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가 중국을 배우는 조직을 만들어야 할 차례다.

배정근 경제부장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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