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택시기사 만큼 세상살이에 해박한 경험과 뛰어난 현실감각을 가진 이도 흔치 않을 것이다.까다로운 ‘사회 관찰자’의 입장에서 저변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이들은 여론형성에 만만찮은 영향력을 발휘할 때가 많다.
그런 택시 기사들로부터 최근 국내 차량 중 품질이나 만족도면에서 가장 뛰어난 중형차로 꼽히는 르노삼성의 SM5는 그 자체로만도 일단 성공한 브랜드다.
택시기사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그 파급효과는 자연스럽게 SM5의 판매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6월 한 달간 SM5 7,084대를 팔아 전달보다 판매량이 36% 증가하는 등 국내중형차 시장에서 25.5%대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SM5의 상반기 판매량은 2만9,375대로 지난해 대비 271%나 늘어났다.
올 9월로 국내 진출1년을 맞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제롬 스톨(47)사장은 이 같은 판매성과에 대해 얼굴 가득히 흡족함을 내 비친다.
그는 “판매량 증가보다는 고객들의높은 품질평가와 르노 제품에 대한 신뢰감이 한국인들의 일상생활 속에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 더 힘을 북돋아 준다”고 강조했다.
꼭 프랑스인이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기쁨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왜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불리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스톨 사장은 어떤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 보다 직원들과의 대화를 소중히 여긴다. 하지만 그는 좀 특이한 면이 있다.
바쁜 와중에도 e-메일을 통한 온라인 대화보다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눈에서 눈으로 통하는 직원들과의 느낌의 대화를 체질적으로 좋아한다.
처음엔 직원들도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 CEO와의 직접적인 대화자리가 다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그의 솔직하고 열정적인 성격때문인지 이젠 사장과의 대화에 익숙해졌다.
가끔 영어 소통이 잘 되지않는 직원들이 통역을 대동하거나 서류로 내용을 정리해 제출할 경우, 스톨 사장은 직원들에게 솔직한 심정에서 우러나오는 간단한 몇몇 단어라만이라도 직접 사용해볼 것을 권한다.
또 우연히 시내에 있는 르노삼성 판매대리점앞을 지나게 될 때면, 직접 운전하는 차를 세운 뒤 대리점에 들어가 직원들을 격려하며 간단한 대화를 나눈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정열이 없다면 앞날에 대한 희망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고객들이 과연 어떤 제품을 원하고 더 나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고객중심의 서비스를 갖추는 데 그 정열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것(Themore)’보다는 ‘더 나은 것(The better)’을 항상 강조하는 스톨사장은 국내 시장만큼 역동적이고 변수가 많은 곳도 없다고 지적한다.
그 만큼 경기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앞으로 2개월 안에 어떤 식으로든 대우차 처리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부품산업은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한국에서 기업을 하려면 무엇보다 유연한 조직체계와 융통성있는 사업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1983년부터 4년간르노의 상용차 부문 자회사인 아프리카의 벌리엣 나이지리아사 관리담당 이사를 역임한 스톨사장은 당시 부도 직전의 회사를 3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만큼 탁월한 ‘위기 관리자’로 꼽힌다.
르노삼성차의 초대 사장이 된 것도 그의 위기관리 능력 덕분이라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스톨사장은 “나이지리아는 물론 한국에 오게 된 것 역시 스스로의 자발적인 결정”이라며 “일에 대한 나의 열정과 도전 때문에 항상 가족들에겐 미안한 마음”이라고 다소 겸연쩍어 했다.
매주 두 차례 한국어강습을 하면서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국 소설을 구입해 틈 나는 대로 읽으며 한국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그는 르노삼성차를 외국 회사가 아닌 한국 회사로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확고한 경영 방침을 갖고있다.
내년 하반기쯤 새로 선보일 준 중형급 모델 ‘SM3’에 대한 각종 연구와 시험이 한창인 기흥 연구소는 물론 전국 80여 개의 영업소와 부산 공장 등 어느 곳에서건 일에 대한 스톨사장의 열정적인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은 꼭 ‘삼성’이 아니더라도 SM5가 잘 달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장학만 기자
■제롬사장은 누구?
1954년 북아프리카 튀니지출생의 프랑스인
◆학력
프랑스 그랑제콜 (파리고등상업그랑제콜ㆍEcole Superieurede Commerce de Paris)경영학전공(1977), 파리 최고 경영자 대학원(Centre de Perfectionnement aux Affaires) 경영학 석사(1988)
◆경력
르노 상용차 재무담당 (1980), 르노 자회사인 벌리엣 나이지리아사 관리담당 이사,르노 재무담당ㆍ르노메이션사 사장, 르노 구매담당 부사장, 르노 삼성 자동차㈜ 대표이사 취임(2000.9)
◆가족 : 부인과 4형제
◆취미 : 요리
◆종교 : 가톨릭
◆좌우명 : ‘열정 없이는 위대한 꿈을 이룰 수 없다’(헤겔)
◆추천서 : 예언자(지은이: 이청준-프랑스 번역본)
◆e메일 : jstoll@renaultsamsungM.com
■나의 키워드-열정·따스함·조화
◆열정(Passion)
남자가 빨간색 넥타이를 맬 때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다.
과감성(Daring)과 혁신적Innovative)인감성을 불러 일으키고 싶은 욕망이 가슴 가득히 차올라 있기 때문이다.
스톨사장은 평범 자체를 거부한다.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르노삼성자동차의 사무실에 가면 직원 개개인의 부츠와 벽 인테리어, 심지어 문 고리에서도 좌측방향으로 45도 기울어진 사선형의 독특한 디자인을 목격할 수 있다.
창의력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와 일에 대한 철저한 도전이 그가 강조하는 열정과 관련이 있다.
◆따스함(Warmth)
르노삼성은 최근 사무실 바닥을 대리석에서 목재로 바꾸는 대대적인 공사를 마쳤다. 스톨사장이직접 참여한 이 작업은 나무 빛의 따스함을 사무실에 도입하기 위함이었다.
오랫동안 재무ㆍ구매를 담당해 왔기 대문에 수치와 계산에 빠른 그이지만 고객들에게 가장 안정감 있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인간미 넘치는 서비스 정신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강조한다.
◆조화(Harmony)
사소한 일이라도 독단적인 결단보다는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과정이 조화의 첫 걸음이다. 스톨사장은 모든 회의에서 ‘크로스 기능시스템(Cross Function System)’을 강조한다.
한 번은 신입사원을 뽑을때 지원자로부터 르노삼성에 지원한 이유가 ‘최고의 차를 만들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들은 후 점화플러그를 다른 차종과는 달리 값비싼 백금소재로 설치한후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이 같은 조화의 과정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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