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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무한갈등 - 인터넷은 '말의 쓰레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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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무한갈등 - 인터넷은 '말의 쓰레기장'

입력
200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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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에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이쁘게 봐줬더니 영 싸가지네. 그러니 돌머리에 노래하나 잘하는 재주로 살아간다는 딴따라 소리나 듣지.”“아무리 봐도 정말 재섭는(재수없는) 연예인 넘들, 다 똑 같은 넘들이 모여서 머리에 총맞은 짓이나 하고 있으니.”

요즘 연예인들의 MBC 출연 거부와 관련해 한 인터넷신문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글들이다.

다른 글들에서도 논리적 토론은 찾기 어렵고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 비방과 인신 공격으로 온통 도배돼 있다. 한마디로 언어의 쓰레기장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무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데에는 잘못된 인터넷 문화의 확산도 한 몫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은 오랫동안여론형성 과정에서 소외돼 있던 일반 대중을 적극적인 공론(公論)의 장(場)으로끌어들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 하지만 역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과거 공공 공간에 글이나 말로써 의견을 표출하기 전에 당연히 거쳐야 했던 숙고(熟考) 과정, 또는 사고(思考)의 여과 과정이 생략돼 버렸다.

논리적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평가나 반응까지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의견개진에 나서던 현상이 사라지고, 가차없이 말을 뱉어내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표현은 곧바로 더 정도 높은 응대를 유발하면서 논쟁을 저질화, 천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설가 이문열씨를 둘러싼 논쟁도 마찬가지. 미국 변호사 김형진(金亨珍)씨는 “이씨와 네티즌들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식이 됐더라면 우리 사회의 보수ㆍ진보 논쟁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미국에선 인터넷 상이라도 명예 훼손에 해당하는 글을 올리면 연방 통신법의 적용을 받아 개인이 파산할 정도의 벌금을 물어야 하기때문에 비방이나 욕설이 오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모든 이들의 즉각적인 참여가 가능해 지면서 과거 같았으면 해당 분야의 이해당사자에게 국한됐을 논쟁이나 갈등이 걸핏하면 순식간에 전국적인 현안으로 비화하는 현상도 지적된다.

나아가 일부 네티즌들은 근거없는 글을 올려 사회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을 바라보면서 병적인 쾌락을 즐기기도한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가진 인터넷의 특성과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사회 분위기가 깔려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이버문화연구소 라도삼(羅燾三) 소장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도 실제 우리 사회의 여론 형성에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상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이제 겨우 인터넷 문화의 초기단계이니 만큼 건전한 토론문화 조성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기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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