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27ㆍ청주SKㆍ207㎝)과 김주성(22ㆍ중앙대 4ㆍ205㎝). 서장훈은 ‘국보’이고 김주성은 국보지정을 눈앞에둔 ‘보물’이다. 둘은 그동안 국가대표팀의 더블포스트로 나선 적이 없지만 둘이 조합을 이룰 경우 1980년대 한기범-김유택 포스트를 압도하는 최강콤비가될 것임을 의심하는 농구인은 없다.현역시절 한번도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한 김동광 감독(삼성)이 이들을 앞세워 만리장성과도 같은 중국벽을 넘기위해 ‘호랑이 굴’(제21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ㆍ중국 상해ㆍ20∼28일)로 향한다.
농구팬들은 말한다.또 다시 중국격파라는 허황된 말로 팬들의 기대를 부추기지 말라고(한국은 아시안게임서 82년 뉴델리대회 이후 전패. ABC대회서는 73년이후 2승12패를기록중). 중국에는 미 프로농구(NBA)에 진출한 왕즈즈(216㎝)와 차세대 NBA주자 야오밍(225㎝)이 버티고 있다.
지금까지 포인트가드로버텨온 한국은 이상민, 주희정이 빠져 전포지션에서 중국에 뒤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시아대회서 왕즈즈-야오밍을 내세우고도 건성건성 플레이를하다가 김주성이 이끈 한국에 치욕의 역전패를 당한 중국은 이번에 새로운 각오로 나설 것임에 틀림없다.
농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220㎝의의미를 안다. 한 마디로 골대를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벽이나 다름없다. 서장훈도 “220㎝가 넘으면 힘과 기술이 통하지 않는다”고 시인한다. 출국을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둘을 만났다.
_중국을 이길 자신이 있는가.
△서장훈=(한숨을 쉬며)중국을 이기라고 말하기 전에 저변을 비교해봐라. 객관적으로 열세가 분명하다. 또 우리는 최강전력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왕즈즈에 밀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을 다하겠다는말밖에 할말이 없다.
_동아시아대회가 교훈이 되지 않을까.
△김주성=당시 찍혀도(블록슛)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골밑을 팠는데 한번도 찍히지 않았다.상대가 대학선발인 우리를 무시했다고 본다. 위력적이긴 하지만 장훈이형과 함께라면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_70년대 중반부터 남자농구는 중국에확실한 열세를 보였다. 이유가 무었인가.
△서장훈=저변이다. 우리는 고교팀이 30개가 채 안된다.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도 대견하다.우리 선수들이 기량면에서 중국에 뒤진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_한국농구는 특히 센터에서 열세를보였다. 매치업에서 이길 자신이 있는가.
△김주성=(자신있게)종이 한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둘중 하나를 밖으로 유인, 장훈이형을 편하게만들어줄 생각이다.
_일각에서 농구선수들의 정신자세를비난하는데.
△서장훈=(흥분하며)아프다는 핑계로 대표소집을 피하는 선수도 있다. 새카만 후배들과 돈 한푼안받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데 정신자세 운운은 너무 심하다. 그리고 나는 어떤 경기에서건 최선을 다해보지 않은 적이 없다.
_프로농구 도입 이후에도 경쟁력에서별반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용병에 대한 견해는.
△서장훈=용병과 싸우다 보면 다음날 몸이 더 아플 정도로 위협적이다. 하지만 둘을 데려와 둘다쓰다보니 기고만장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2명 도입, 1명 출장을 옹호한다.
_둘은 앞으로 한국농구를 이끌 재목이다.서로 평가해 달라.
△서장훈=주성이는 구력(고1때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주성이 같은선수가 자꾸 나와야 한국농구가 발전하고 결과적으로 중국도 이길 수 있다. 몸무게만 늘린다면 프로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것이다.
△김주성=장훈이형은 게임을 풀어나가는 능력과 골밑슛, 중거리슛이모두 탁월하다. 존경한다.
서장훈은 직선적이고김주성은 내성적이라는 성격만 다를 뿐 둘은 독서와 비디오감상이라는 공통적인 취미를 갖고 있다. 또 머리가 좋아 자신의 단점을 꾸준히 개선해 나간다.무엇보다도 지기 싫어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범구기자
lbk1216@hk.co.kr
■김동광 감독의 평가 "뒷선 든든 중국과 해볼만"
“서장훈과 김주성이 맡고 있는 뒷선을 보면 든든하다.” 97년 동아시아대회서 서장훈이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단신선수들로 줄기차게 밀어붙여 12년만에 중국을 꺾는 쾌거를 이룬 김동광 감독의 평가다. 김 감독은 이 둘을 전폭적으로 신뢰한다. 둘을 전게임의더블포스트로 가동할 계획만 봐도 이들에게 거는 기대를 알만하다.
김 감독은 “둘을 굳이 비교하자면 서장훈은 기술이 좋고 프로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가 뛰어나다. 김주성은 스피드와 패기로 무장했다”라고말했다. 하프코트에서는 기량이 좋은 서장훈이 압도하고 올코트에서는 스피드가 뛰어난 김주성이 낫다는 말이다. 전체적으로는 역시 서장훈이 한 수 위다.
김 감독은 또 “둘은 이번에 시너지효과를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서장훈이 김주성을 의식,과거에 보지 못한 패기를 발휘할 경우 의외의 수확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동아시아대회의 패배를 설욕할 생각으로 왕즈즈, 야오밍이 욕심을 부릴 경우 한국의 페이스에 말릴 가능성이 크다”고분석했다.
김 감독은 “둘을 더블포스트로세워보니 연습게임 상대들이 배겨나질 못했다. 그래서 내부 연습게임때는 서로 상대편의 포스트를 맡는다”고흐뭇해했다. 중국은 탈아시아수준의 강팀이지만 서장훈 김주성도 결코 뒤지지 않는 훌륭한 선수라는 게 김 감독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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