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환자와 가족들은 외롭지 않다. 국내의 희귀병 환자들과 가족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모임을 만들어 활발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고 있다.이들은 스스로질병에 대한 정보를찾아, 자신들의 홈페이지 안에서 서로 교환하고동병상련의 위로도 얻는다.
이런 인터넷 사이트는 희귀 질병에대한 정보의 보고(寶庫)이자, 절절한 아픔과 외로움, 희망까지도 나누는공간이다.
진단조차 정확하게 받을 수 없어이 병원 저병원 전전하며 수개월을 허비했던 희귀난치병 환자들은 “이 병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모호한 설명에 체념하지 않는다.
남들 보기엔내동댕이쳐진 삶처럼 보일지몰라도, ‘그냥그대로’ 포기한 채살아가는 삶이 아니다.
레츠증후군이란희귀 질병을 앓고 있는딸 을지를 위해엔젤레트(http://user.chollian.net/~jhphuj/)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한 정형구ㆍ박현자씨부부. 증후군이란 단어가말해주듯, 아홉 살난 을지는 손가락을 펴 숟가락을 들수도, 혼자서 옷을입을 수도, 심지어 앉을수도, 말할 수도없는 여러 장애 증세를 보이고 있다.
생후 2년까지 건강하게 자라던 딸이갑자기 발달장애 증세를보인 것은 4세 때. “어느 날 갑자기 을지가 잠못 이루며, 밤새 울어댔어요.
처음엔 의사들조차 진단을 못내리더군요. 두세 달 동안 병원을 전전하다 겨우 K병원에서 ‘레츠 증후군’이란 진단을받았지요.
도대체 무슨 병이냐고 의사에게 물으니, ‘지금 보는그대로’ 라는 대답밖에 해 주지 않더군요. 의사들조차 잘 모르는 병이었던 것입니다.”
외국자료를 뒤져 ‘국제레츠증후군협회(IRSA)’ 를 알게 된 정씨는이를 토대로 이 질병에 대한각종 외국문헌을 번역, 자신이 개설한 ‘엔젤레트’ 사이트에 올려 놓았다.
의사들도 놀랄 정도의폭 넓은 전문지식과 환자간호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이 사이트는 60여 회원이이용하고 있다. 어머니 박씨는 오프라인 모임인 한국레츠증후군 부모회회장이다.
최경석씨는 쇼그렌증후군에 걸린 아내를 위해 홈페이지 ‘병준이네 이야기’(http://my.dreamwiz.com/sjogren)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병준이는 투병 생활 중 지난 해 얻은 아들 이름. “처음 불치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너무충격이 컸어요.
애처가, 공처가라서 홈페이지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제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내는 일상생활을 꾸려갈 수 없으니까요.” 쇼그렌증후군이란 얼굴에 홍반이 생기고 입안, 피부, 안구가 건조해지며 근육이 약해지는 등 다양한 증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원인불명의 질환.
홈페이지엔 신체 부위 그림을 곁들인 상세한 질병설명과 최신 치료법, 치료제의 부작용,전문병원과 전문의 리스트, 병상일기까지 실려 있다.
홈페이지를 만든건 단순히 아내를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겪었던 답답함을 똑같은 병을앓고 있는 다른환자들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4년전 쇼그렌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어디서도 질병에 대한정보를 구할 수없더군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발병한 아내가 어떻게 악화될 것인지 너무두려웠어요. 미국 협회사이트를 통해 자료를 모아 번역하고, 제 경험까지 덧붙여 자료를 만들었지요. ”
인터넷에는 이처럼 배우자나, 자녀를 위해 가족이 만든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환자들 스스로운영하는 사이트도 있다.
일종의 면역이상 질환으로 발열과 함께 시작해 입안과 성기가 헐고, 심한 경우 눈의 포도막에 염증을 일으켜 시각장애, 신경장애까지 일으키는 베체트병.
1999년 조직된 한국베체트병환우회(http://behcet.co.kr)에는 이미 700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대부분 희귀병 환자들이 오프라인 모임은 꺼리는 것과 달리이 환자들은 온라인, 오프라인 모임을 동시에 활발히 갖고 있다.
상담전화까지 갖춘 베체트환우회 사이트는 여러 회원들이 힘을 합해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 담당자인 김필수씨는 “아직 충격적인 신체증세가 나타나지는 않아 직장생활도 하고 있다”면서 “홈페이지에서 만난 다른 환우들을 통해 나에게도 언젠가 심각한상태가 닥쳐올 수있다는 마음의 준비를하고 있다.
국내에 약 7,000명 정도 있을 것으로추정되는 베체트병 환자가 우리홈페이지를 통해 안전한 치료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으면 좋겠다”고말했다.
이외에도 자폐정보 출판 네트워크 ‘난나야’(http://www.nannaya.net/),
루푸스라는 면역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의 모임인‘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루이사http://myhome.netsgo.com/mhjluisa/)’등도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사이버 환자 모임들이다.
난나야는 자폐아와 부모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과 출판사업을 목적으로 운영중인 비영리출판 집단이며, 루이사는 이미 회원이 2,000명이 넘는다.
환우회의 홈페이지에서 나누는 대화는 진지하고 정중하다. 무엇인가를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피눈물을 쏟았던 환자와 그 가족이직접 일구어낸 공간 안에는 솔직한 생각과 정보만이 있다.
종교를 앞세운 억지 주장이나, 딱딱한 전문 용어같은 것은 없다. 거의 대부분 개설한 지 1년 안팎의 사이트이지만, 이들 사이트에는 환자와 가족뿐 아니라,전문 의사에서 이름 모를 시민까지 많은 이들이 방문해 격려의글을 올리고 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환자모임 연락처
희귀병, 난치병 환잗들이 모임 운영자들은 대부분 바깥(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갖기 보다는 온라인 상에서만 만나기를 원한다. 익명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또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면서 스스로 질병을 관리하거나 자녀, 배우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상담 시간이 제한적이다.
일부 희귀병 환자 모임은 전화상으로만 접촉이 가능한 곳도 있다.
■ALD 부모 모임 (02)956-5151
■근육병 환우보호자회 (02)909-4229
■대한파킨슨병 협회 (02)542-6500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 모임 (02)517-4546
■뮤코폴리사카라이드병 (031)843-7862
■백색종 (02)2121-1434
■베체트 환우회 (033)764-4409
■한국 고셔 모임회 (055)883-3915
■잔디회(근육디스트로피) 338-0883
■한국코헴회(혈우병) (02)929-9802
■호흡장애아 모임 (031)397-8822
■크론가족사랑회 (018)370-9927
■지방척수수막류 모임 (02)913-3865
■만성병 환자들도 '사이버 활동'
희귀한 질병은 아니더라도 난치성 만성병 환자들도 스스로 환우회를 조직해 인터넷상에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소장, 맹장, 항문 등 소화기에 만성적인 염증을 나타내는 질환인 크론병(http//:www.crohn.pe.kr)환자들의 모임인 크론가족 사랑회, 지난 주 발족한 대한류마티스 건강전문학회 산하 관절염 환우회 (http://plaza1.snu.ac.kr/~rheu-mato), 현대의학으론 여전히 속수무책인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아토피 환자들의 공동체 아토피탈출 (www.atopia.co.kr)등이 활발하게 활동중인 사이버공동체이다.
이외에도 대인공포증(www://openheart.or.kr) 사이트에선 공포와싸우는 나름의 비법들이 공개되고, 말더듬("http://www.handycap.org/shutter)사이트에선 개설자 손동익씨가 복식호흡에서 발성법까지말더듬을 감내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기까지의 노하우를 알리고 있다. 공황장애환자("http://panic.pe.kr)들의" 들의 모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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