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보다 부담적고 효과 만점"‘합병 국면은 답보 상태. 탈출구는 확실한 제휴선을 잡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은행권을 휘감았던 합병 파고가 잦아지면서 각 은행들이 제휴를 통한 활로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조 반대 등을 무릅쓰고 무리한 합병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튼튼한 제휴선을 잡는 것이 향후금융환경 변화에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용도 생색내기용 단순 업무제휴 관행에서 벗어나 국내외 자본 참여를 통한 전략적 제휴,배타적인 협정을 통한 포괄적 제휴 등 다양하게 전개된다.
▲ 해외금융기관은 든든한 후원자
은행에서 보험을 파는 것을 허용하는 ‘방카슈랑스’시행이 임박하면서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하나은행.
지난해 4월 세계적인 보험그룹 알리안츠와 제휴를 맺고 지분 12.46% 참여를 허용, 방카슈랑스영업을 위한 토대를 이미 마련했기 때문이다. 알리안츠가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생명의 일부 지분 인수를 통한 제휴 협상도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하나은행의 제휴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은 17일 “9~10월을 목표로 외자유치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적극 추진중“이라며 “또 2002년 한ㆍ일월드컵에 대비해 일본 다이이치강교(第一勸業)은행과 공동상품 개발 등 업무협력도 모색하고있다”고 밝혔다.
김행장은 이를 위해 지난주 영업 관련 부서 팀장들과 함께 일본에 들러 다이이치강교측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9월 민간금융지주회사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신한은행도 지난달 말 프랑스 BNP파리바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주회사에 지분 4%를 출자받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은행측은 “지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후 소매금융과 방카슈랑스 시장에 공동 진출키로 하는 등 포괄적인 업무 제휴를 하기로 했다는데 의미가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제휴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최대 약점은 점포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정부의 산업시책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 외에도 최근들어 수신기반 확대 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36개에 불과한 점포망때문에 영역확대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지난달 초 610여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 점포망을 갖춘 한빛은행과 업무 제휴를맺고 전산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는 올 연말께부터 창구 공동 이용 등에 나서기로 했다.
한빛은행은 대신 산업은행으로부터 국제금융이나 외자유치,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의 기법을 전수받아 명실상부한 국내 도매금융 1인자로 재기하겠다는 계획이다.
방카슈랑스라는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은행과보험사간 제휴도 줄을 잇고 있다. “방카슈랑스 시행 초기에 한발 뒤떨어지면 만회하기 힘들다”는 은행과 “튼튼한 제휴처를 잡아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보험사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은최근 외환은행측에 이례적으로 중복 제휴를 맺지 않는 조건의 ‘배타적 제휴’을 제의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합병이 엄청난 리스크를 동반하는 것과 달리 제휴는 파트너를 제대로 선택하면 확실한 성공을 보장받는다”며 “향후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준비중인 은행들의 경우 제휴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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