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통일헌법론 우려" 헌법수호론 펴“헌법의 기본 정신과헌법이 지닌 국가 기초로서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제53회 제헌절인 17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렇게 말하며 ‘헌법 수호ㆍ존중론’을 폈다. 이 총재는 이날 “헌법을 필요에 따라 고칠수 있는 제정법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작금의 개헌론, 특히 통일헌법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지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라는 것도 헌법을 고쳐서 되는 게 아니다”며 “제도도 제도지만 기본적으로 헌법의 기본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들고 나온 ‘호헌론’은 느닷없는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이달초 민주당의 외곽 싱크탱크인 새시대전략연구소가 통일헌법을 공론화했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멀게는 지난해부터 여권 또는 당 일각에서 개헌론이 나올 때마다 이를 무력화하는 방어적 공세를 펼쳐왔다. 개헌 논의는 어떤 내용, 어떤 형식이든간에 여권의 정략적목적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이날 이 총재가 직접 나서는 등 ‘호헌 공세’가 이전 보다 강도가 높아졌고, 그 범위가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 등은“황장엽(黃長燁)씨의 방미 불허는 헌법이 보장한 자유를 침해한 것”, “‘퍼주기식’ 햇볕정책은 자유민주, 시장 경제라는 국시에 어긋나는 것” 등 현 정권의 각종 실정을 헌법 훼손과 연결시켰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김정일 위원장 답방에 비판적 언론제거-▦답방으로 극적 분위기 조성-▦통일헌법 필요성을 명분으로 한 개헌 시도 및 정계 개편-▦장기 집권이라는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격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與 "세무조사는 '法앞 평등'정신 부합"
민주당은 17일 한나라당이 ‘통일헌법 논의’를 개헌론과 연계시킨 데 대해 “국민을 호도하는 정치공세”라고 정면 반박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제헌절을 맞아 국리민복을 생각해야 할 시점에 한나라당이 학술적 차원의 문제를 갖고 정치공세를 펴서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통일헌법 관련토론회는 당의 외곽연구소인 ‘새시대전략연구소’에서 6ㆍ15 남북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오래전에 기획한 것으로 정치권이 생각하는 개헌과는 거리가 멀다”며 “야당이 이를 문제삼는 것은 지극히 정략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도 “학자들은 본래 증기시대에 우주시대를 연구하고 개척하는 법”이라며 “야당이 학문의 연구 대상인 문제까지 가로막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겠다는 발상 아니냐”고 거들었다.
당내 다른 관계자들도 정치권에서 지금 당장 통일헌법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학술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책임있고 진지한 논의는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당직자는 “통일헌법 논의보다는 남북간 평화 및 군사신뢰 구축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학계에서 신조와 정견에 따라 정치ㆍ법제ㆍ경제ㆍ군사ㆍ종교ㆍ문화 등에 대해 책임있고 성실한 통일논의를 하는 것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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