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사참배 공언 고이즈미 직접압박中.대만도 관련…국제문제화 가능성도
정부가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있는 한국인 위패의 반환을 일본 정부에 공식 요구한다는 방침을 밝힘으로써 이 문제는 양국의 뜨거운 외교현안으로 부상했다.
정부의 이번 요구는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대일 대응이 잇따라 발표되는 와중에 나온 것으로 그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또 이번 조치는 8월15일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공언해 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를 겨냥한 압박용이어서 일본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부 방침의 배경은 우선 일제 당시 강제로 징용ㆍ징병 당한 피해자 및 유족들의 청원에 따른 것이다. 강제로 징병ㆍ징용 당해 이국에서 싸우다 죽어서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유골과 위패가 가족 품으로 돌려주자는 인도주의적 고려이다.
둘째는 전쟁 희생자인 한국인들의 위패를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의 위패와 함께 취급되는 모순을 시정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치로 태평양전쟁의 가해자 일본과 희생자 한국이 극명히 대비돼 국제사회에 투영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들은 또 우리 정부의 위패 반환은 야스쿠니 신사에 있는 중국, 대만인 피해자 2만여명의 위패 봉환 문제로 이어져 국제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 정부의 조치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전쟁 피해국가들 사이에서 강제 징용ㆍ징병 문제가 일본의 역사 왜곡문제와함께 공론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런 논란은 일본 내부적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정당성 문제, 야스쿠니 신사의 국립묘지화 문제,일본사회의 우경화 논쟁 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즉 한국 등 피해 당사자들의 위패가 아직도 모셔져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총리가 참배할 수 있는가 라는 논리적 모순을 일본측이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방침은 총리의 신사참배를 반대한다는 선언적 조치와는 달리 총리의 신사참배 부당성을 국제사회와 일본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야스쿠니 신사를 종교법인이 관리하고 있어 위패 반환문제에 개입할 여지가 적다는 일본 정부의 ‘예상답변’에도 대응논리를 마련해놓고 있다. 역사교과서 입장을 연상시키는 일본 정부의 논리에 맞서 정부는 한국인 피해자들이 일본정부에 강제로 징용ㆍ징병 당한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야스쿠니 신사에 아직도 위패가 있는 한국인 피해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의관련 작업도 검토중이다.
이 문제를 본격 제기하고 있는 태평양전쟁 피해자 가족들은 “이 문제가 불거진 1991년 이후 10년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정부가 늦게나마 칼을 뽑은 만큼 명확하게 입장을 관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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