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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선거용 정책'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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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선거용 정책'을 경계한다

입력
2001.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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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모두들 느끼는 것이지만 IMF구제금융 이후 정체구간의 도로 한옆에 LP가스통을 실은 작은 트럭을 자본삼아 부부가 호도빵을 구어파는 모습이 부쩍 늘었다.거리에 좌판을 벌여놓은 채 돌아앉아 끼니를 때우는 노점상에게 어떤 시인은 ‘거룩한 식사’라는헌시로 그 눈물겨운 실존의 존엄을 기렸지만, 아직은 그런 일에 썩익숙치 않은 듯굳이 길가로 등을 돌리고 앉아 빵을 굽는 삼사십대 남자들의 구부정한 뒷모습은 어쩐지이 쪽에서도 눈을마주치기가 미안할 만큼 어색할 때가 있다.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라던 그린스펀의 약발도 이제는 다한것일까.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연이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별무반응인 채 미국의 경기침체가 아무래도 장기화할 것 같다는 우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보다 비관적인 일부에서는1929년 대공황 직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훨씬 긴박한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외환위기 이후작년 상반기까지의 비교적빠른 회복이 우리내부의 사정 보다미국의 장기호황에 힘입은바 크다는 진단들을 많이 했는데 이제 다시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침체와 더불어 또 한번 우리 경제가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불안한 와중이다.

여기에 다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이 한국을 비롯한 이른바 신흥시장의 신용도를 덩달아 추락시키면 엎친 데 덮친격이 된다고 걱정들이다.

이처럼 호황도 불황도 이제 일국의 정책만으로는 대응할 수없는 글로벌시대에 우리는살고 있다. 그렇기는 해도정책 운용 여하에따라 외부 충격을 훨씬 줄일 수있는 여지가 없는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세계경제 속에서 비교적 자율적으로 정책의 운신 폭을가늠하는 나라가 있는가하면 우리처럼 도무지 미국이나 일본의 형편에 따라 경제가 춤을추는 그런 나라도있지 않은가.

하반기 우리경제 전망을 둘러싸고 더 늦기 전에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과 구조조정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 내에서도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마땅한 수익처가 없어 여유돈 굴리기가 마땅찮자 저금리에도 불구, 은행수신고가 계속 증가세라고 한다.

이 중 일부는틈만 있으면 부동산투기로 몰려갈 태세라고도 한다. 요컨대, 자본주의하의 불황이 으례 그렇듯, 물자나 생산시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남아 돌아서 문제인 것이다.

이런 형편에 경기부양 그 자체에 급급하여 확장정책을 쓴다면 자칫넘쳐나는 쪽은 더넘쳐나고 부족한 쪽은더 부족하게 되어결국 경제 흐름이 더욱 경색될 수있다.

경기부양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구조조정도 내용이 각양각색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구조조정을 할 것이며 어떻게 그 책임과 고통을 분담할 것이냐 하는 사회적 통합시스템의 확보이다.

혹은 그런 시스템을 강제할 수 있는 개혁역량의 확보이다. 경기부양도 구조조정도 이러한 전제 없이는 사태를 악화시키기 십상이다.

50년대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지냈던 후루시초프는 말하기를 “정치인이란 냇물도 없는데 다리를 놔주겠다는 사람”이라고했단다.

동서 진영을 막론하고 현실정치인의 속성은 비슷했던 모양인데 아마도 이런허풍은 선거철을 앞두고 더욱 심해지는 성싶다.

따라서 그들이 단기의 정치에 매몰되어 중장기 구조를 병들게 할 때이를 견제할 수있는 또 다른 정치, 곧시민의 정치 혹은 국민의 정치가 그래서 더더욱 중요하리라.

이런 차에 지난 주 280여 노동·시민단체가 모여 개혁의 실종을 규탄하고 향후의 국민적 개혁역량을 모으는 시국선언을 했다고 한다.

비록 작은 계기일 망정 ‘노동하는 대다수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그런 아래로부터의 국민적 개혁역량을 모으는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김윤자ㆍ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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