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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토사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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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토사구팽

입력
2001.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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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 종업원-투자자-정부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100점짜리 기업이다. 많은 이윤을 내서 투자자를 즐겁게 하고, 두터운 후생복지로 종업원의 삶을 안정시키며, 수출로써 국부에 기여하니 그야말로 국민적 기업이다.세상에 많고 많은 게 기업이지만 이같이 3박자가 딱 들어맞는 ‘효자’기업을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브라운관 유리 생산업체인 한국전기초자가 그런 기업 중 하나다. 노사 혼연일체로 위기를 극복한 감동적 반전(反轉) 드라마로 유명한 이 업체는 지난해 상장업체 중 최고 실적을 올려 투자자와 종업원에게 그만한보답을 했다.

그 기적을 이끌어낸 전문경영인이 지난 주 전격 퇴출됐다. 환란 와중에 최대주주로 들어선 일본기업측에 의한 것인데, 그 배경이 놀랍다.

한마디로 한국전기초자가 해외로 너무 잘 뻗어나가 일본측 국제 전략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 한다. 이 회사에는 즉각적인 감산 지시도 떨어졌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잘 알다시피 환란의 곡절을 겪으면서 외투(外投)기업으로 탈바꿈한 회사다. 프랑스측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이 회사가 만드는 승용차는 요즘 소위 잘 나가는 차다.

최근 들어국내 시장에서 기존의 동급 1위 승용차를 바짝 추격해 월간 판매고의 역전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 승용차의 해외 수출은 형편없이 기대이하다.아직은 국내 시장에 주력한다는 게 회사측 해명이라고 하는데, 두고 볼 일이다.

■세계화의 장밋빛 속에 이른바 모범적으로 이뤄진 외자유치가 오히려 글로벌 경쟁과 진출의 장벽이 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 유능한 경영인은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고, 해외수출 문호는 오히려 닫혀지니 말이다.

세계화라는 것이 본래 명암의 두 얼굴을 띠는 것이지만, 외국자본의 ‘글로벌 노예’ 효과가 막상 눈앞에 벌어지니 갑갑하기만 하다. 대우차 매각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당국자의 콧노래도 그래서 듣기 좋지 만은않다.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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