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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합 '생사기로'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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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합 '생사기로' 서다

입력
2001.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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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출자전환등 정상화案 부결외환위기이후 기업구조조정 때마다 ‘대상기업’으로 명단이 오르내리면서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진하던 고합이 끝내 생사기로에 섰다. 상당수 채권은행들이“사업성이 없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기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며 고합에 대한 추가 지원에 반기를 들었다.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은 16일 고합에 대한 채무재조정 및 비핵심 사업분야 매각 등을 골자로 한 채권금융기관 서면 결의 결과55개 금융기관 중 동의율이 40% 안팎에 불과, 경영정상화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18일 사전 회의를 열어 고합에 대한향후 처리 방침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재정주간사인 베인앤컴퍼니(Bain&Cmopany)사는 지난달말 섬유 등 비핵심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3조원 가량의 차입금중 1조원 가량을 출자전환해야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컨설팅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서면 결의 부결은 결국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장치혁(張致赫ㆍ사진)이사회 의장(전 회장)의 퇴진과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해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유화 부문 등 핵심사업을 분리해 채권단이 지원하되 경영진과 노조가 손실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이 모색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채권은행들이 “업계가 포화상태인 만큼영업이익도 내지 못하고 구조조정도 미진한 고합을 이 기회에 정리하는 것이 낫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어 회사측이 특단의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나 청산 등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보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고합 위기 왜왔나-호황때 무리한 설비투자가 禍불러

국내 화섬산업을 이끌며 한때 재계순위 17위까지 올랐던 ‘재계의 풍운아’ 고합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한 것은 무리한 설비투자와 구조조정 실패 때문이다.

자칫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중단될 위기 상황에서, 한달넘게 계속된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생산차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중국 등 후발국의 저가공세와 세계적인 화섬 공급과잉으로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1998년 11월부터 계속돼온 적자행진은 올해도 개선될 기미는 커녕 더욱 악화되는데다 설비의 해외이전 등 구조조정 노력은노조의 반대로 발목이 잡혀있다.

고합은 투자회수기간이긴 장치산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94~95년 호황기 때 대규모 은행 돈을 끌어들여 무리하게 국내외 설비확장을 추진한 것이 화를 자초해다.

고합의 총 차입금은 3조304억원 정도. 울산 1ㆍ2공장 등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해외에 현지 원사공장을 지으면서차입금에 의존해 사업을 진행했고 IMF(국제통화기금)체제를 맞으면서 고금리와 유동성 취약으로 극심한 재무압박을 받게 됐다. 게다가 주력제품인 화섬과 유화의 가격하락과 공급과잉으로 최근까지도 최악의 경영상황이 계속되고있다.

지난 98년말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4,955억원중 1450억원을 출자전환하면서 나머지 3,505억원을 출자전환 대상채권으로 분류해놓았고 99년 1조8,000억원 가량의 채무도 현재 출자전환 대상채권으로 분류해 자본조정계정에 편입해 놓았지만, 영업이익과 자산매각으로는 여전히이자 갚기조차 버겁다. 99년초 독일의 바스프마그네틱스 테이프공장을 2억6,000만달러에 매각하고, 고려석유화학 고려종합화학 고합물산 고려종합건설 등 13계열사가 ㈜고합 하나로 통합, 그룹인력을 3500명에서 1900명으로 줄이는 등 고강도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경영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공장설비의 해외이전에 반대하며 6월12일부터 시작된 울산공장 노조의파업은 한 달 이상 계속되면서 하루 9억원씩의 매출손실을 내고 있다.

고합은 결국 최후의 카드로 유화부문만을 핵심사업으로 남기고, 화섬 부문은 분리 매각하는 한편 1조원의 출자전환을 포함한 재무구조를 재조정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을내놓았지만 이마저 채권단으로부터 거부 당한 셈이다.

고합 관계자는 “회사의 입장에서는1조원의 채무조정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면서 “최악의 경우 청산이나 법정관리 등도 생각해 볼 수있지만 지분의 67%를 가진 은행도 가능한 한살려서 이자도 받고 원금도 회수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비관적으로 전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합은 화섬부문을 조기 매각 또는 이전하면 화학부문 자체로는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본고 있다. 경영컨설팅을 맡은 배인앤컴퍼니의 용역결과도 출자전환을 전제로내년부터 2004년까지는 영업이익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2003년의 경우 적어도 5천억원까지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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