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재건축 9곳중 6곳서 홍수안전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난개발’이1 5일 집중호우 피해를 눈덩이처럼 불려 놓았다. 마구잡이 개발로 지난해 여름 엄청난 홍수피해를 본 용인시의 재판(再版)이었다.
개발로 산이 깎여 나가면서 폭포수가 떨어지듯 물이 흘러 내렸고, 이 물살을 타고 차량과 각종 가재도구가 밀려 내려와 저지대에서는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탈출을 감행해야 했다.
이와 함께 각종 개발사업이나 대형건설 현장도 폭우에 전혀 대비하지 않고 무책임하게공사를 벌여 사고를 부른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안전을 무시한 개발
서울에서 수해가 가장 심했던 서울 동대문구 일대의 경우 재건축 지역이 9곳이고 이 가운데 6곳에서 홍수가 발생했다. 주민들이 “이쯤되면 홍수 피해라기보다 오히려 재개발 피해라는 말이 더 적당하다”고 말할 정도이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2동 S타운 재건축 현장에는 16일 오전6시부터 인근 주민 50여명이 모여 건설사측에 피해보상 및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주민 대표 최낙춘(崔樂春ㆍ60ㆍ여)씨는 “구청에서 통행로와 배수로를 확보하지 않은 채 좁은 지역에 400여세대가 들어서는 대규모 아파트 허가를 내줘 빗물이 내려가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습 침수 지역으로 꼽히는 동대문구 휘경1동 부근에도 D건설, L건설 등 2개의 재건축이 이루어지면서 홍수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98년에 이어 또다시 침수 피해를 당한 황모(55ㆍ여)씨는 “배수관확장 및 펌프장 신설은 계속 미루면서 공영 주차장 건설과 대규모 재건축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당국을 성토했다.
6,200여가구가 침수된 서울 중랑구 주민들도 난개발이 이렇게 피해를 키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의 침수된 적이 없는 신내동 망우동 지역까지 물에 잠긴 것은 이 지역을 둘러싼 용마산, 봉화산 자락에 아파트가 지나치게 들어섰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주민 9명이 목숨을 잃은 서울 관악구 신림6동, 10동 주민들 역시 하나같이“삼성산 중턱을 깎아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 바람에 빗물이 제대로 스며들지 못한 채 도로를 따라 저지대로 흘러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홍수대책 없는 건설현장
동네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침수 피해를 당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1동 대우드림아파트 공사현장 인근 주민들은 홍수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공사를 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1층 집이 무릎까지 잠겼다는 박재환(朴在煥ㆍ43)씨는 “공사를한다고 고지대에서 흘러내려오는 물막이를 헐어버리고 배수로조차 제대로 만들지 않는 등 수방 대책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300여가구가 물에 잠기고 사망ㆍ실종까지 발생한 경기 안양시 석수2동 주민들은“경부고속철도 석수터널공사를 진행중인 두산건설이 토사유출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하수구가 막히면서 침수피해가 났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경기 안양시 안양2동 주민들도 “삼성천 상류에 있는 안양유원지 재개발을 하면서 폐건축자재를 그대로 방치, 수로와 하수구가 막혀 피해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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