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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타산적' 자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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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타산적' 자식사랑

입력
2001.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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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보면 진정한 사랑을 이루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로 보인다.그런데 지금 한국의 결혼문화가 이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16세기 이탈리아의 베로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차이가 있다면 몬태규와 캐퓰리트 사이의 개인적 갈등이 아닌 사회적 갈등이 진정한사랑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온 후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한 번도 실제로 그렇게 느껴본 적은 없다. 오히려 한국인에게 사랑은 부모의 입맛에 맞는 짝을 찾는 아주 ‘기능적인행위’에 불과하다.

성문화연구소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기혼여성의 15%가 혼외정사 경험이 있다.또 조사대상 학생 1,431명 중 약 40%가 자살충동을 느껴봤다는데 대부분 부모 때문이었다.

사랑 없는 결혼으로 한국사회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고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이혼율과 자살률을 보고 유교적 전통의 한국 가족사회가 이렇게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있다.

내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대부분의 실직자들의 자신의 실직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가족이라면 배우자와 얼굴을 맞대고 위안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경제위기가 돈과 직업은 몰라도 가족의 사랑까지 앗아갈 수는 없다. 비생산적인 가족구성원은 쓸모가 없다는 것인가.

현재 한국사회에서의 결혼의 기반은 사랑 아니라 교육수준, 사회적 지위, 그리고 미래의 물질적 안락 등이다. 이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결혼은 산산조각이 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부모가 자녀의 삶에 너무 많이 개입한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그들은 자녀에대한 믿음 없이 교육, 대학선택, 결혼 등 모든 결정에 개입한다. 부모가 진정으로 자녀에게 관심이 있는지 아니면 노후의 편안함을 좇는 것인지 모르겠다.

부모 역시 물질적 이익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결혼 관습을 그들 부모로부터의 물려받았다.

더 큰 문제는 애정 없는 관계의 ‘부산물’로 태어난 젊은이들이 같은 방식으로 부모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데 있다.

만일 어느 일류학교에 다니는 여대생이 잘생긴 남자에게 끌린다고 해도 그가 적당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들의 사이가 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처음엔 외모를 보고 잘생긴, 아름다운 사람에게 끌리지만 곧 학벌과 자동차, 신용카드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이들은 진정한 사랑이 가지는 위력을 알 지 못하는 것이다.

귀족주의 전통이 남아있는 영국에서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학생들은 보통의 평범한 젊은이들과 만날 기회가 거의 없거니와 노는 장소도 구획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누구든 어느 장소에서나 쉽게 어울리는 풍토에도 불구하고 여대생이 비천한 직업을 가진 사람과 결혼한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이해 되지 못한다.

조건 없는 사랑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아버지는 돈을 버는 기계가 아니라 자녀들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감싸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머니 역시 자녀들에게 사랑을 가르쳐야 한다. 특히 자녀들이 다른 사회적 지위를 가진 집안의자녀와 결혼하려고 할 때는 더욱 그렇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규범의 계승자가 아닌 독립적인 개인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면 한국 사회는 높은 낙태율, 알코올중독, 청소년소외, 불신 등과 마주쳐야 할 것이다.

정부 관료들이 다가올 경제 위기에 대비해 경제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면 부모들은 사회시스템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들의 생각을 바꾸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매튜 스틸 ㆍ호주 ㆍ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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