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서는 인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국민의 세금으로‘전통적인 윤리기준’에 어긋나는 연구활동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이 부시행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얼마전부터는 일부 골수보수파 공화당 의원들도 제한적으로 나마 질병퇴치 차원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있다.
그런 의원들의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가족중 누군가가 줄기세포 연구의 도움을 얻을수 있는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낙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확고하게 발표한 바있어 또 한번생명의 시작이 어디인가를 놓고 끝없는 논란이 이어지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한 불임클리닉이 줄기세포를 채취하기 위해 성인남녀 자원자들로부터 난자와 정자를 얻은 후 그들을 한데 섞어 배아세포들을 만들어 엄청난충격을 던졌다.
지금까지는 불임부부들의 임신 시술에서 남은 배아세포들로부터 줄기세포를 채취했는데 이젠 아예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인간실험동물’들을 사육하기 시작한 셈이다.
냉동배아보다 훨씬 더양질의 줄기세포를 얻을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지만 너무 일찍고삐가 풀리는 것같은 느낌을 지울수 없다.
1970년대 말미국 유학을 떠나기전 나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생식생리학을 전공했다. 당시우리 실험실과 몇몇다른 실험실들이 공동으로 큰 연구과제를 시작했는데 그 모든 실험이전부 우리 실험실에서 쥐의 난소로부터 난자를 채취하여 배아로 발육을 시켜놓아야 시작할 수있었다.
덕분에 나는일년 넘어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서 살았어야 했다. 사육실에서 기르는 쥐들에게 주기적으로 호르몬 주사를 줘야했기 때문이었다. 미국 가는 비행기를 타기 하루전날에도 나는 학교 사육실에서 주사를 찌르고 있었다.
호르몬 주사를 놓는일 외에도 매일같이 내가 한일은 임신이 된쥐 20마리의 배를가르고 난소를 꺼낸다음 현미경 아래에서 성숙한 난자들을 채취하여 배양을 시작하는 일이었다.
거의일년을 하루 같이이 일을 반복하다보니 상당히 숙련이 되어나는 한 때쥐 20마리의 목뼈를 단절시키고 뉜 후배에 알코올을 바르고 해부하여 40개의 난소를 꺼내는 전과정을 불과 3분이내에 마칠 수있게 되었다.
처음 그일을 시작할 때는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일단 자기합리화 과정을 거치고 난다음에는 일을 하다말고 점심을 하자고 몰려온 친구들과 함께 죽어 누워있는 쥐들 옆에서 도시락을 까먹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쥐 한 마리가 사육상자로부터 탈출에 성공한 사건이 벌어졌다. 책상 틈으로 숨은 그 쥐를 잡은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실험에 쓸 수도 없고 사육실로 다시 보낼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밖에 풀어줄 수도 없었다.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미 몇 천마리를 해치운 손이건만 그 쥐를 잡은내 손은 물론온 몸이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나는 그날 결국 그쥐를 죽이지 못한채 옆 실험실 친구에게 부탁하고 일찍 실험실을 나섰다.
그 사건은 내가 되도록 동물을 죽이지 않고 할수 있는 생물학분야에 몸담게 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나는 결국 얼마 후 그렇게 열심히 하던 실험을 접고 석사학위도 받지않은 채 생태학을 공부하러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클리닉에서 행한 이번실험에는 12명의 젊은 여인들로부터 얻은 162개의 난자들과 2명의 남성들로부터 얻은 정자들이 사용되었다.
내가 예전에 사육실의 쥐들에게 했듯이 이번실험에 참여한 여인들도 성숙한 난자를 보다많이 생산할 수있도록 미리 호르몬주사들을 맞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내 쥐들에게 실험에 대한 설명을 하고 그들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고응분의 사례도 하지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실험에 난자를 제공한 여인들은 각자1500달러를 받았고 남자들은 50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얻은 162개의 난자들은 두 남자들의 정자를 만나 수정이 되었고, 그중 110개가 배아로 성장했다.
또 이중 50개만이 100에서 300개 정도의 세포덩어리로 성장했고 그 가운데 18개로부터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었다.
나는일찍이 배아세포를 하나의 완벽한 생명체로 보는 관점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바있다. 그래서 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한 인간배아 연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정책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번 실험이 던지는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일은냉동 배아로도 충분히할 수 있는 연구를 막다 보니 그보다 더 골치 아픈 상황이 불거진 것이다.
이런일들은 앞으로 계속 벌어질 것이고, 또 이런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구시대의 윤리만 들먹이다 보면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현실적인 규범을제시해야 한다는 점을거듭 강조하고 싶다.
미국 매사츠세츄주 케임브리지에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jccho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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