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가 또 시작됐습니다. 관세청에서 다음 달 말까지 세관 검사를 강화한답니다.인천국제공항이 새로 도입한 승객 정보 사전확인 시스템과 휴대용 X선 투시기까지 동원해 비싼 물건을 사 오는 사람들에게 ‘세금’이라는대가를 치르게 할 예정입니다.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올 해외여행 수지가 5월 말 현재 눈곱만큼 흑자를 보이고있지만 언제 적자가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피서철을 맞아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면 ‘확실한 적자’로 돌아서겠죠. ‘한국방문의 해’에 관광적자라. 정부의 입장에서는 얼굴을 들기가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관계당국이 그 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노력이 애처롭기도 하지만 이런 모습을 매년 보고 있는 우리의 마음도 안타깝습니다.사실 해외여행은 이제 대중화했습니다. 외국에서 보고 느끼고 배우는 것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문제는 소수입니다. 보신관광, 쇼핑관광으로 물을 흐리는 사람들입니다.1년을 꼬박 기다리고 자금을 모아 휴가여행을 떠나는 선량한 여행객은 보신이나 쇼핑에 낭비할 돈이나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공항을 메우는 사람들은대부분 그런 여행객입니다. 싹쓸이 쇼핑을 할 정도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붐비는 휴가철에 움직이려 할까요.
입국 수속대에 길게 줄을 서서 진땀을 흘리며 가방 속까지 몽땅 보여줘야 하는일반 여행객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국가가 가장 큰 단위의 서비스체계라면 분명 ‘서비스가 엉망’인나라입니다. 매년 여름이면 세관들에게 비상을 걸 게 아니라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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