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서울에 시간당 99.5㎜의 비가 쏟아져 1964년 116㎜ 이후 37년 만에 시간당 최고강우량을 기록하는 등 서울ㆍ경기ㆍ강원 영서지방에 폭우가 쏟아졌다.하지만 기록적인 강우량을 감안하더라도 예상보다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은 기상청의 때늦은 호우경보가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폭우 오자 호우경보
기상청이 서울에 호우경보를 내린 것은 이미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15일0시.
기상청은 0시20분 TV자막방송 및 라디오방송을 요청했고 악(惡)기상 긴급 라디오방송이 나간 것은 오전 1시20분으로 이미 100㎜(0시~오전1시58.9㎜, 오전1시~오전2시 52.5㎜) 가까운 비가 퍼붓고 있을 때였다.
때문에 호우경보를 전혀 접하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었던 1만여 세대의 시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기상청이 서울ㆍ경기ㆍ강원 영서에 처음 호우주의보를 내린 것은 15일 오후5시.오후 10시에는 경기 북부에 호우경보를 발표(80~130㎜, 많은 곳 200㎜ 이상)했지만, 서울에 대한 ‘경고성’ 호우경보 예비특보를 발효하지 않았고, 호우경보 발효 1시간 전인 오후11시 발표에서도 예비특보는 나오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14일 아침부터 지속적으로 많은 비가 올것으로 경고했다”면서 “150㎜ 이상이 예상돼야 호우경보를 발표하기 때문에 특보발표에 있어 적절한 대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목욕탕 효과
이번 폭우는 중국 및 북한 지역 상층에 자리잡은 차가운 고기압에 막힌 장마전선이 서울·경기·강원 영서 지방에 정체된 가운데,초속 20km의 강한 남서풍을 타고 고온 다습한 공기가 장마전선에 유입돼 발생했다.
수증기를 잔뜩 머금고 유입된 남서기류는 장마전선을 따라 좁고 긴 구름대를 형성,장마전선이 크게 활성화했다. 남서기류는 동시에 상승기류를 타고 북한 상공의 차가운 공기와 맞부딪치면서 목욕탕 천장에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것과 같은 '목욕탕 효과'를 발생,많은 비를 쏟아냈다.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상예보 기술로는 국지성 집중호우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정확한 시간이나 장소,강수량 등을 예상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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