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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만에 상봉 자매 지하셋방서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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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만에 상봉 자매 지하셋방서 참변

입력
2001.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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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水魔)는 35년만에 이뤄진 자매간 재회의 기쁨마저 앗아갔다.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진 15일 오전 4시1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10동 반지하방에서하천 물 범람으로 목숨을 잃은 오경자(54), 김영자(40)씨 자매.

두 자매의 기막힌 운명은 1966년 가난때문에 다섯살바기 김씨가 고아원에 맡겨지면서시작됐다. 원래 성(姓)이 오(吳)씨였지만자신의 성을 몰라 ‘김’으로 성을 정한 김씨는 고아원에서 자란 뒤 96년 결혼해 신림10동에서 단란한 가정을 이뤘지만 가난을 벗어날 순 없었다.

동생을 고아원에 떠나보낸뒤인 75년 미국인 남편을 따라 이민을 갔던 오씨가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동생의 소식을 접한 것은 지난 5월. KBS 아침 프로그램에 가족을 찾는김씨의 사연이 방송되자 이를 전해들은 오씨가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사는 남동생 오종권(42)씨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다. 지난달 22일 서울에 도착한오씨는 35년간 가슴에 응어리졌던 김씨와의 기나긴 이별을 끝내고 꿈 같은 재회의 기쁨을 얻었다. 그러나 잠시 뿐.

24일 출국 예정인오씨가 아쉬운 혈육의 정을 달래기 위해 여동생의 반지하 셋방을 찾은 것이 두 자매의 기막힌 운명의 끝이었다. 비보를 듣고 현장을 찾은종권씨는 “어떻게 이럴 수가…”라며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누나와 여동생, 그리고 두조카의 시신을 부여안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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