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니다 싶으면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문전옥답(門前沃畓)이라도 빨리 팔아 새로운 시스템에과감히 투자해야 한다.”지난 해 3월 현대전자에서 분리돼 ‘마이웨이’를 선언한 현대 오토넷 윤장진(尹長鎭ㆍ59)사장의 독특한 ‘문전옥답 매각론’이다.
윤 사장은 “동양사회에서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문전옥답을 팔아 먹는 후손은 몹쓸 놈으로 통한다”며“그러나 급변하는 첨단기술의 흐름을 예측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문전옥답이라도 과감히 팔 수 있는 통찰력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5년부터 현대전자에서 전자장치사업부문의 수장을 맡아 온 그가 이처럼 ‘문전옥답 매각론’을 강조하는 것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부품들이 첨단 디지털화하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기 때문.
그는 “변화를 재빨리 수용하는 단계를 넘어 이를 개척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성공할수 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의 이러한 신념은 회사 곳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직원 1,160명중 20%가 넘는 270명이 연구 인력이다.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의 산물이다.
이 회사는 업계에서 ‘국내 최초’라는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자동차용 CD플레이어(91년11월), 비디오 CD체인저(96년4월), AV시스템(96년9월),내비게이션시스템(97년4월), 1DIN In-Dash AV시스템(99년10월) 등 국내 최초로 개발해 내놓은 제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업다각화 전략도 변화를 앞서 나가려는 윤 사장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매출액 대비 60%대(전장품 포함할 경우 70%대)인 자동차 분야 비중을 50% 선으로 낮춰 자동차 대 비자동차 비율을 5대 5로 맞춰 갈 계획이다.
수출과 제휴선 확대 등 해외시장 개척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매출액 대비 20%인 수출부문을 매년 3%씩 늘려 2~3년 내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는 “중남미 거래처를 강화해 미국 빅3 자동차회사에 제품을공급하고 중국 제일기차, 일본 도요타, 덴소 등과 제휴해 카 오디오는 물론 카 AV시스템 등을 개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직관리에서도 그의 신념이 잘 나타나 있다. ‘무직급제’를도입, 우수한 인재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업구조를 전략적 사업단위로 개편,부문(SBU)별 장 아래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생산체제도 완전히 e비즈니스로 바꿨다. 250여 품목의 자재 입출입부터 재고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한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임원 회의만 예외다.
하루에 5~6시간을 PC앞에 지내는 그는 이젠 말 보다 e메일로 보고 받는게 편하다고 여길 정도로 ‘신세대 경영인’이 되어가고 있다.
그에게는 따뜻한 인간미도 넘친다. 직장에서 거리낌 없이 직원들과 어울리며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가정에서는 두 아들과 막역한 친구처럼 지내고 며느리와도 전자우편을 주고받는다.
그러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자신에게 엄격한 그를 주변에서는 가슴이 따뜻한 최고경영자(CEO)라고부른다.
●약력
1942년 경북 예천 출생
1959년 영남고 졸업
1965년 성균관대 상학과 졸업
1968년 현대자동차 입사
1979년 현대강관 이사
1982년 현대종합목재 전무
1990년 현대전자 부사장
1995년 현대전자 전장사업본부장
2000년3월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자동차 전자부품업체 현대 오토넷은
지난 해 3월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현대오토넷은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비롯해 오디오, 오디오비디오(AV)시스템 등 각종 전자제어장치를 생산ㆍ판매하는 자동차 전자부품 업체다.
현대오토넷은 국내 자동차 전자장치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립한 첫 해인 지난 해 4,70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 해에도 22% 증가한 5,74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자동차오디오 분야 48%, AV시스템, 내비게이션 등 자동차 멀티미디어 분야 22%, 에어백 전자조절장치(ECU), LAN 등 전자장치 분야16%, 컴퓨터 전문 쇼핑몰(Buytzone)분야 8%, 방송미디어 및 컨텐츠 분야 3% 등이다.
최근에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 제품들을 쌍방향 멀티미디어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구도를 잡아놓고 관련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1995년 개발한 에어백 ECU는 이미 세계 최정상 수준에 올라있고 차 안에서 모든 정보를 초고속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ATOM(Automobile Telematics Office Multimedia)은 현대자동차와 제휴해 한창 개발 중이다.
또 일본 덴소사와는 차세대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균형 잡힌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2004년 매출 1조원을 올리는 ‘모바일 네트워크 리더’를 꿈꾸고 있다.
자본금 800억원 규모인 현대오토넷은 올 하반기 코스닥에 등록할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주주 및 고객 위주의 경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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