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대회조직위(CFO)가 내건 슬로건 가운데 하나는‘사건, 사고 제로’였다. 대회 개막6개월전부터 조직위는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주변 5개국 정부기관의 협조를 얻어 경비전문가 회담을 정기적으로 열었고, 14개국 연합경비와 이중 삼중의보안장치를 마련했다. 또 미셸 플라티니 조직위 공동위원장은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프랑스에 오는 것은 환영이지만나머지는 떠나라”고 강조하면서 안전문제에 많은 신경을 쏟았다. 실제로 사고 방지를 위해 블랙리스트 65명에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무장회교도 조직원 80여명을 체포했다.하지만 역설적으로 비교적 성공리에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랑스월드컵의 흠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건과 사고였다. 영국과 튀니지가 맞붙은 마르세유에서 훌리건이 난동을 부려 50여명이 중경상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랑스에서 열린 독일-유고전에서는 경찰 1명이 훌리건에게 쇠파이프로 얻어맞아 사망직전까지 갔다. 2002년 월드컵축구조직위가최근 발간한 ‘역대 월드컵대회의 교훈-프랑스월드컵대회’에는 프랑스월드컵의가장 큰 오점으로 안전문제를 지적했다.
프랑스대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일월드컵조직위는 이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국정원 차관급을 본부장으로 하고 외교부, 법무부 등 10개 기관 96명으로 구성된 안전대책통제본부가 그중 하나이다. 본부 관계자는 “컨페더레이션스컵때 많은 것을 배웠다. 축제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면서 사고 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말했다. 프레월드컵 컨페더레이션스컵 때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경기장내ㆍ외부에 위치한 경찰이 너무 무뚝뚝한데다 위압적이다”라고지적된 부문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마련중이다.
우선 ‘훌리건 배우기’부터시작했다. 19세기 말 런던 사우스워크에 살며 난동을 부렸던 훌리한이라는 불량배의 이름에서 유래된 광적인 축구팬훌리건은 아직 한국에는 없다. 따라서 지난 해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공동 개최한 유럽선수권(유로2000) 때 7명을 파견, 안전대책 요령을 터득했다.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정부기관의 협조를 얻어 ‘훌리건리스트’도 작성중이다. 월드컵에서활약할 자원봉사자 선발 기준은 가장 까다롭다. 자원봉사자 1만 6,000여명 가운데 안전자원봉사자는 6,082명. 경찰을 보조, 출입관리, 검색,관람객 통제 등을 맡을 이들은 일반 봉사자들에 비해 어학능력, 경비경험, 상대팀 문화에 대한 이해 등까지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최우선적으로 선발된다.
안전대책본부 못지않게 경찰청 월드컵 기획단의 역할도 눈에 뛴다. 월드컵 기획단은지난 5월24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경찰지휘부 8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훌리건 기동타격대 발대식 및 시범훈련을 실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산하8개 중대를 비롯, 전국 26개 중대 3,344명으로 구성됐다. 또 공동개최국 일본과의 협조를 위해 지난 달 말 한일업무협력 핫라인을 설치했다.외신 기자들도 “한국이 워낙 유럽과 떨어져 있는 데다 경찰의 테러진압 능력까지 잘 알려져 훌리건들이쉽게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전대책본부 이홍구 홍보담당관은 “경기장폭동에 익숙해 있는 유럽이나 남미 축구팬들이 주최측의 통제에 협조하는 것과 달리 한국축구팬들은 우산, 풍선, 응원용깃대, 주류 등을 갖고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제사항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이 없지않다”며 “국민들에게이런 것을 널리 알려 협조를 구하는 것도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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