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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잠든 뒤에 내린 호우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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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잠든 뒤에 내린 호우경보

입력
2001.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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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새벽 서울ㆍ 경기 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많은 피해가 났다. 남쪽에 머물던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서해상의 비구름대가 유입되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ㆍ서부 일원에 많은 비가 내렸다고 기상청은 밝혔다.이 비로 수십명이 죽거나실종되고 서울에서만 1만 가구의 침수피해가 났다. 지하철 철길과 역사가 물바다가 돼 1ㆍ2ㆍ7호선 전동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미증유의 사고도 일어났다.

폭우는 사전에 경고가 없는 가운데 모두가 잠든 시간에 쏟아져, 미처 대비하거나 대피할 여유가 없어 피해가 컸다.

더구나 이번 비는 기록에 오른 장대비였다. 15일 새벽 2시10분부터 3시10분까지 1시간 사이의 강수량은 무려99.5㎜였는데, 이는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서울지역 역대 3번째 시간당 강수량 기록이라 한다.

이런 큰비가 왔는데도 기상청은 모두가 잠든새벽에 기상특보를 내려 아무도 손을 쓸 수 없었다.

14일 아침 기상청은 중부지방 예상 강수량을 40~100㎜으로 전망하면서, 곳에 따라150㎜가 오는 곳도 있겠다고 예보했다.

서울ㆍ경기지역에 기상특보가 발령된 것은 14일 오후 5시였다. 이때의 예상 강수량도 많은 곳이 120㎜였다.

이 특보는 몇 시간 동안 장대비가 쏟아지도록 그대로 유지되다가 밤 10시를 기해 경기북부 지역만 호우경보로 바뀌었다. 서울지역은 주의보 그대로다가 자정이 넘어서야 경보로 바뀌었다.

하늘이 하는 일을 사람이 다 알 수는 없지만, 좀더 기민하게 대처해 잠들기 전에 경보를 발령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상예보의 시의성과 정확성이 문제가 될 때마다 인원과 장비부족이 운위되었으나, ‘도깨비 방망이’에 비유되던슈퍼 컴퓨터까지 갖추고도 코 앞의 집중폭우를 내다보지 못한 책임을 어쩔 것인가.

아무리 천재지변이라 하지만 지하철 역사와 철길이 물바다가 된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공사중 임시 배수처리가 잘못되어 지하철이 침수된 일은 있었지만, 완공된 지하철 여러 노선의 동시다발 침수상황은 처음이다.

공사와 관리상에 덮어둔문제는 없는가. 한번 당한 피해가 또 일어났으니, 다시는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소재를 철저히 가려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내 근원적인 방지책을 세워야겠다.

아울러 이재민 구호와 침수 주택 안전문제 등에도 각별한 관심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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