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온통 물바다가 되는 동안 (철도청과)서울시는 도대체 뭘 한 거예요…’간밤에 내린 호우로 지하철 역 곳곳이 물에 잠긴 16일, 시민들은 ‘휴일이어서 천만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서울시의 ‘수해 무방비’에 비난을 퍼부었다.
실제로 이번 수중철(水中鐵) 사태는 자동펌프용량 부족 등 해묵은 수방대책 부실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나 ‘관재(官災)가 침수시킨 지하철’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밤부터 내린 비로 청량리역이 침수돼 15일 오전 1호선 시청역-청량리역 구간이 운행중단됐고, 2호선은 신당역의 침수로 을지로 입구역-성수역 구간이 불통됐다.
3호선은도곡역-수서역 구간이, 7호선은 고속터미널역이 물에 잠겨 보라매역-청담역 구간에서 운행이 멈췄다.
특히 7호선 내방역-청담역 구간은 복구가 늦어져 빨라야 16일 오후에나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하철이 온통 물바다가된 이면을 뜯어보면 ▦환승통로 공사장을 통한 빗물 유입 ▦자동펌프시설의 용량 부족 ▦방화벽 파손에 의한 빗물 유입 등 고질적인 ‘재해불감증’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날 침수된 2호선 신당역의경우 6호선과의 환승통로 공사로 지하철역과 이어지는 신당동 중앙시장 앞 도로가 파헤쳐져 있는 데도 점검조차 하지 않아 화를 자초했다.
서울지하철 공사관계자는 “6호선 역이 당초 2003년 6월 개통 예정이었으나 월드컵 이전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서두르다 미처 도로를 복구하지 못해 침수된 것 같다”고 밝혀 ‘관재’를 인정했다.
7호선 고속터미널역 침수도마찬가지. 인근 센트럴시티의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면서 방화문이 파열돼 물이 역 구내로 쏟아져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그러나 장마철을 앞두고 이에 대한 안전점검 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1호선 청량리역은 선로근처에 설치된 자동배수펌프 용량이 턱없이 부족해 밀려드는 빗물의 양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물에 잠겼다.
물에 잠긴 곳은 모두 지난 1998년 5월과8월 지하철 7호선 등의 침수로 교통대란을 겪었던 것과 그 원인이 닮은 꼴이다.
특히 서울시는 엄청난 폭우가쏟아지던 14일 공무원들에게 상황에 맞춰 근무하도록 간단한 지시만 내렸을 뿐, 수해관계관 회의는 이미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후인 15일 오전 9시에야 연 것으로 확인돼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건설본부와 지하철공사,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번 운행중단은 갑작스런 폭우로 빚어진 ‘천재지변’이라고 강조했다.
7호선 고속터미널역의 침수에 대해서도 센트럴시티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날 아침 지하철을 타려다 포기한 장모(32ㆍ동작구 흑석동)씨는 “평일이었으면 어떤 재난이 발생했을 지 아찔하다”며 “말로만 안전을 외치는 당국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라고 소리높였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