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방적인 탈퇴를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30년 가까이 지속된 탄도탄요격미사일(AMB) 협정이 이르면 수개월 내에 존폐의 기로를 맞게될 전망이다.도널드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의회 공청회에서 “ABM 협정에는 6개월전 통고후 탈퇴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 규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폴 월포비츠 국방부 부장관도 이날 상원군사위원회에 출석, “우리가 ABM 협정의 규제조항을 위반하게 되는 상황은 몇 년 뒤가 아니라 몇 달 뒤의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포비츠부장관과 미사일방어기구 책임자인 로널드 캐디시 중장은 이와함께 이날 지상 및 해상, 공중, 우주 배치 미사일방어 체제의 개발 및 실험 일정을 담은 다중요격 시스템의 1단계 계획의 세부내용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국방부는 태평양 콰잘레인 환초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실험을 할 수 있도록 내년 4월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 요격미사일 발사 실험장 건설공사를 착공, 2004~2006년 완성할 예정이다.
포트 그릴리 실험장에는요격 미사일 10기를 배치할 수 있는 기지와 5개의 미사일 저장시설 등이 들어선다. 실험장은 유사시 초보적인 미사일 방어기지로도 활용된다.
내년에는 4차례의 비행실험을 실시하고 이어 항공기 탑재 미사일요격 레이저와 해상발사요격시스템을 구축, 이르면 2004년까지는 초기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구축한다는것이다.
이와함께 알래스카 남부에 위치한 코디액 섬에는 모의 미사일 및 요격미사일 발사를 위한 지휘 및 통제센터가 들어선다.
이 실험장은 알류샨열도의 세이미어섬과빌 공군지기의 조기경보 레이더 시스템과 연결돼 초기 방어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미국이이처럼 초기 미사일방어체제 구축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14일로 예정된 미사일 요격실험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MD체제 구축과 ABM협정을 수정ㆍ폐기할것임을 대외에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험 결과에 따라 일어날 논란에 대비해 미리 쐐기를 박아두자는 것이다. 행동으로 ABM 협정을 무력화함으로써러시아 등 관계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상원 군사위원회 존 레빈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당측이 국방예산안 심의과정에서 강한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고, 러시아측의 견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미국측의 계획이 의도대로 실현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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