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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 '아르헨發위기' 오나 / 南美쇼크…먹구름 낀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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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 '아르헨發위기' 오나 / 南美쇼크…먹구름 낀 세계경제

입력
2001.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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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남미에 이어 아시아의 신흥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의 주가 하락과 달러화 평가절하에 따른 국제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IMF는 12일 자본시장에 관한 연례보고서에서 “미국 등 세계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인 평균치에 비춰 높게 형성돼 있다”면서 “미국 주가의 급격한 가격조정 가능성이 세계 경제의 주요 위험요소”라고 밝혔다.

미국 증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가 경제성장률을 회복시키고, 높은 생산성 증가율이 지속되고 있다는 두 가지 가정에 의해 지탱되고 있으나 이 둘 가운데 어느 하나가 오류로 판명될 경우 주가와 채권 가격은 폭락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IMF는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다른 나라보다 가파르게 하향 조정될 경우 달러화 가치가 하락, 주요 국제 외환시장에 상당한 동요를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남미각국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증시의 메르발 지수는 12일 11.35%나 하락하는 등 폭락세를 지속, 1999년 말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정부의 경제안정대책 발표에 불구하고 디폴트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칠레의 페소화와 브라질의 레알화도 사상 최저치 경신을 계속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단기외채의 장기 전환을 위해 이날 2,500만 달러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무기한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남미 국가들이 방어에 나섰지만 통화에 이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MF 신흥시장 책임자인 도널드 매티슨은 “1,300억 달러의 외채를 갖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브라질 등 인근 중남미 국가에 대한 타격이 심할 것”이라면서“아시아 신흥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 금융시장에서는 필리핀 최대의 통신기업인 장거리 전화회사가 이번 주로 예정됐던 6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연기한 것이 아르헨티나 시장의 불안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또 몇몇 국가의 채권 이자율이 지난 주에 비해 0.5%포인트 가량 상승한 것도 아르헨티나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재 필리핀이 가장 취약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홍콩 등 아시아 각국들의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한 방비가 잘 돼있어 1997년의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관측이라고 밝혔다.

클라우디오 루저 IMF 서반구 담당국장도“아르헨티나의 위기상황은 엄격한 긴축정책과 태환정책에 힘입어 앞으로 수 주 이내에 디폴트 선언 없이 극복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으나 시장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삼성경제硏 경고 - 강력한 구조개혁 못하면…

경상ㆍ재정수지의 ‘쌍둥이 균형’, 구조개혁완수, 정치안정이 선결되지 않으면,한국도 아르헨티나처럼 제2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아르헨티나 위기재발의 경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아르헨티나와는 달리 순채권국이고 교육수준이 높지만 구조조정을 완성하지 못한다면 경제구조의 취약성이 부각돼 대외여건 악화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아르헨티나 위기의 여파는 국내시장까지 파급되지 않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평가를 반영하는 외평채 가산금리(10년물)는 아르헨티나 사태에도 불구, 1.40%포인트 안팎에서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시장 침체기조가 지속되고 있으나 이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 기업수익구조에 따른 것이지, 아르헨티나의 영향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또 거시적 경제상황도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크게 차별화한다. 위기의 직접적 원인인 외채는 아르헨티나가 국내총생산(GDP)대비 53%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30%이하에서 안정되어 있다.

아르헨티나는 만성 경상수지적자로 유동성 유출에 따른 외채누적이 야기됐지만, 우리나라는4년째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후의 실탄’인 외환보유액도 아르헨티나보다 4배가량 많다.

문제는 구조개혁과 정치리더십 안정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재정개혁 프로그램이 취약한 정치기반과 야당ㆍ노조의 반발속에 무산되면서 국제사회불신→신인도하락→경제위기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개혁피로감의 확산과 정부ㆍ여당의 리더십 약화속에 야당과 노조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

삼성연구소는 “위기재발을 막으려면 적정수준의 외채와 외환보유액 관리, 재정과 경상수지의 건전기조 유지, 자본시장개방에 따른 감독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강력한 구조개혁으로 이를 위해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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