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왜 수교하지 않는가? 남한과 북한이 그토록 평화통일을 원하고 평화통일을 위해 교류를 확대하고 심지어 통일헌법까지 논의하고 있는 지금 왜 국가간 교류에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안정적인제도적 장치인 수교를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국가간의 수교는 분단을 영구화할 위험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남북한은 이미 유엔에 동시가입한 독립된 국가들이다.
형식적으로나 이데올로기나 체제 등의 내용에서도 독립된 국가임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에 대사관을 각기 두고 있는 남북한이 독립된 국가임이 분명한데도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정서적 면을부각시켜 오히려 교류와 통일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교를 하면 남북 관계는 특수 혹은특별 관계에서 보편 혹은 일반 관계로 바뀔 것이다.
국가간의 수교이므로 수교가 된다면 서울과 평양에 대사관이 들어설 것이고 대사관에 일하는 사람들이거리를 자유롭게 다닐 것이다. 또한 수교된 상태라면 우편 교환이 자유롭고 전화 통화도 구애받지 않을 것이다.
남북에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면 지금처럼호들갑을 떨지 않고 대사를 소환하여 따져 물으면 될 것이다.
남북은 세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필요하다면 비자 발급을 통해 출입국을 통제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허가의 전권을 행사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나 일본을 가듯이 북한을 가게 될 것이고 북한 사람들도물론 남한 전역을 자유롭게 여행하게 될 것이다.
이산 가족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서고컴퓨터 추첨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는 수교가 왜 이루어지지 않는가?
나는 남북한의 정치세력이 공히 남북 관계를 특수관계로 규정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보존하려 했다고 생각한다. 특수한 그 무엇에는 항상 특권이 따르고 특권은 배타적 권리를 누리게 한다.
남과 북이 한 민족이라면 더더욱 특수한 관계가 아닌 일반 관계로 전환하여 남과 북의 시민과 주민이 한 민족임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치세력은 특권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왜 정부 당국자나 각종 단체의 무엇이 되어야 북한에 갈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통 시민이 갈 수 있어야 민족간의교류이고 평화통일을 위한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거듭 촉구하는 답답한 일은 특수 관계가 갖는 불안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사람의 마음에 민족의 장래가 달려있다는 듯한 분위기가 말이 되는가.
수교가 된다면 정상회담이 없다고 해도 불안해 할 것은 없을 것이다. 언제나 남북한 사람들이 오가고 있으므로 항상 이해의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햇볕 정책이원한 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개방이 아닌가. 그렇다면 수교보다 더 좋은 개방 정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
만약 북한이 수교에 응하지 않고 계속 선언적의미의 기본합의서만 고집한다면 우리는 북한의 교류 확대와 평화통일에 대한 진의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즉 북한은 개방에 뜻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제 통일정책은 제도적으로 안정되어야하고 정권의 책임자의 성향에 의해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법으로도 보장되는 안정된 장치인 수교를 통해 통일 논의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남북한의 보통 사람들이 여유 있게 남북한을 오갈 때 남북의 평화통일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다.
남북 관계는 더 이상특수 관계가 아니어야 한다. 일반 관계로의 전환이 통일을 실제로 앞당길 것이다. 수교를 논의해보자.
탁석산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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