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은 13일 대법원이 원철희(元喆喜) 의원에 대한 상고심 공판에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반색했다.민주당에서 이적해온 의원 4명을 더해 교섭단체 하한선인 20석을 겨우 만든 자민련으로서는 비교섭 단체로 또 다시 전락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수 있게 됐다.
상고심이 기각돼 원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할까 전전긍긍하던 지도부는 결과를 보고 받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원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마음 고생이 많았다. 세상이 고맙게 느껴진다”며 위로했다.
이완구(李完九)총무도 “그 동안 말을 못해서 그렇지 다시 비교섭 단체가 될까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며 안도했다.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법을 존중한 대법원의 판결은 이 나라가 법치국가로 법의 정의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입증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일부 당직자들은 의외로 표정이 느긋해“혹시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으나 이들은“요즘이 어떤 시댄데”라며 이를 극구 부인했다.
원 의원은 판결 직후 기자실을 찾아 상기된 표정으로 “사필귀정이라는 말을 믿고 있었다”며“공정한 판결을 내린 대법원에 감사 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원 의원은 그러나 농협중앙회장 재직 중 비자금 조성 등 기소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먼 훗날 얘기하겠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원 의원은 전날까지“농협중앙회장 시절 개인적 비리가 없었음에도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은 정치적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억울해 했다.
원 의원은 11일 국회농림해양수산위에서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검찰이 나를 기소하며 적용한 잣대대로라면 대한민국의 기관장 중 어느 누가 자유롭겠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파기환송' 각당 반응
한나라당은 대법원의 원철희 의원 상고심 파기환송에 대해 공식적으론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내부적으론 ‘정치적 판단’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의아스런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전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등법원의 재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선을 그은 뒤 “원 의원이 며칠 전 국회에서 고 별발언이 될 것 같다며 밝힌 소회는 원 의원 스스로자신의 혐의사실을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권 대변인은 또 “최근의 DJP 회동은 원 의원의 의원직 상실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율사 출신의 한 의원은 “대법원 판결은 그 판결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다”면서“대법원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사건도 파기 환송할 수 있는 것”이라고 뼈를 심었다.
민주당은 장영신(張英信)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따른 충격 때문에 원 의원의 파기환송에 대해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며 “판결을앞두고 노심초사했을 자민련 지도부와 원 의원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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