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여자친구 살해 혐의로 기소되기 직전 프랑스로 도피했던 미국 반전평화운동의 거물 아이라 아인혼(61)이 12일 미국으로추방될 뻔했다가 유럽인권재판소의 개입으로 1주일간 추방 잠정중지 결정을 얻어냈다.프랑스 법무부는 “인권재판소의요청에 따라 아인혼의 추방을 19일까지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20일후 처리 절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아인혼은 프랑스국가위원회가 추방법령 집행금지 요청을 기각하자 보르도 인근 앙굴렘의 자택에서칼로 목을 베 자살을 시도했으나 경상만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아인혼은 1978년 애인 홀리 매덕스가 그들이 동거하던 필라델피아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범인으로 지목되자 81년 프랑스로 달아나 숨어살았다.
필라델피아에선 그에 대한 궐석재판이 진행돼 93년 종신형이 선고된 상태. 97년 경찰에 붙잡혀자택에 연금된 아인혼은 “살인죄 기소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조작극”이라면서 추방을 모면하기 위한 법적 투쟁에 들어갔다. 그 후 4년간 아인혼의운명은 반전을 거듭했다.
프랑스는 인권 보호를 위해 사형 당할 처지에 놓인 외국인의 추방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의회가98년 아인혼이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고치고, 미국 정부가 사건 당시 필라델피아주에서는 사형이 금지돼있었던 만큼 아인혼이 사형될 가능성이없다고 설득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지난해 7월 추방명령에 서명했고, 재고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아이혼은 상처를치유하는 대로 추방돼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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