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서울이라도 공기는 천차만별…’서울의 지역별 대기오염도가 풍향과 지형의 영향으로 ‘동탁서청(東濁西淸)’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나 시선을 끌고 있다.경제적으로는 ‘남고북저(南高北底)’현상이 심화하고 있지만, 대기오염은 지역별 경제적 수준과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점도 흥미롭다.
■ 대치동, 공기는 안좋다
12일 환경부가 발표한 ‘2000년 수도권 대기오염’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주변 도시 중 대기 혼탁 지역은 노원구 상계동과 도봉구 방학동, 강동구천호동, 강남구 대치동, 구리시 수택동 등으로 주로 서울의 동쪽에 몰려 있다.
특히 ‘강남중 강남’으로 불리는 대치동의 대기오염도가 ‘보통 이하’인 것으로 나타난 점이 이채롭다.
반면 강서구 화곡동, 서대문구 남가좌동 등 서쪽은 비교적 오염도가 낮았고, 특히 서울 서쪽 외곽의 고양시 행신동(일산신도시)등은 쾌청한 수준이었다.
■오존, 천호동 방학동 ‘최악’
오염물질별로 분석해보면 지역별 편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오존(O3)오염도는 1시간 최고치 값 기준으로 지난해 0.119ppm을 기록한 천호동과 방학동이 최고였으며, 반포동 구의동 수택동(구리시) 대치동등도 기준치(0.110)를 초과했다.
오존은 기관지염, 심장질환, 천식, 폐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최악의 오염물질. 반면 일산 과천 분당 평촌등 신도시와 서울의 사당동 시흥동 화곡동 등은 기준치를 밑돌았다.
미세먼지는 강북구 번동, 중랑구 면목동, 분당 등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과천, 방이동, 불광동 등은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산화질소(NO2) 농도는 종로구 이화동, 남가좌동, 성수동 등이 높았고, 아황산가스(SO2)는길음동, 잠실동 등이 ‘요주의 판정’을 받았지만 기준치 미만으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북한산 수락산이 운명 갈라
환경부 관계자는 “상계, 방학동 등 북동지역은 서풍을 타고 멀리 인천 공단과 도심에서 날아온 오염물질이 북한산과 수락산에 가로막혀 공기가 정체되면서 오염이 심화하고 있다”며 “동쪽에 놓여있는 수락산은 없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삼청동과 한남동 역시 3면이 산과 둔덕으로 막힌 분지에 위치해 공기 순환이 쉽지 않은 곳이다.
최근 10년간 서울의 최다 풍향은 서풍. 서풍(7.6㎧),북서풍(6.9㎧), 남서풍(6.6㎧) 등 서풍계열이 동풍(3.1㎧) 북동풍(3.9㎧) 남동풍(2.2㎧) 등 동풍계열보다 월등히 우세했다.
강서,서대문, 은평구 등 서울의 서쪽과 화곡동. 남가좌동, 일산 등이 바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나 구로동, 문래동, 불광동 등은 인근 공장과 교통정체 구역으로 대기오염이 심한 편에 속했다.
환경부 고윤화(高允和) 대기보전국장은 “산이 옆에 있더라도 서울과 주변 도시의 경우 지형과 풍향에 따라 대기오염 상태가 극명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오존주의보도 동쪽 집중 발령
”바람이 오존 오염지역을 결정한다.” 1990년대 들어 서울지역 대기오염의 주범은 다름아닌 오존이다.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농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지만 오존오염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오존은 질소산화물 등 1차 오염원이 일정 시간 이동하면서 열, 자외선 등과 광학작용을 일으켜 발생하는 독특한 오염물질로 호흡기질환 등을 일으킨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서울 서부지역 차량들이 뿜어낸 질소산화물등이 서풍을 타고 경기 구리시나 멀리 춘천까지 가서 오존으로 변하기도 한다.
95년 7월 전국 처음으로 오존경보제를 시행한 서울시에서는 지난해까지 모두 66차례의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권역별로는 ▦노원, 강북, 성동 등 북동지역이 34차례 ▦강남, 강동, 서초 등 남동지역이 15차례 등 74%가 동쪽에 집중됐다.
반면 ▦은평, 서대문 등 북서지역은 9차례 ▦강서 양천, 관악 등 남서지역은 8차례에 그쳤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쪽의 공단과 도심의 각종 차량들이 배출한 이산화질소 등이 편서풍을 타고 이동, 동쪽의 오존농도를높이고 있다”며 “역으로 동풍이 불 때는 반대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의 오존오염은 이미 전반적으로 위험한 수준에 와 있다. 각종 생산시설들이 밀집해 있는 울산에서 지난 8일에야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던 것을 보면 그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의 급증으로 시 전역의 해마다 오존농도가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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