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담당을 하고 있으면 하루에도 몇 통씩 이런 전화를 받게 되더군요. 우선, 주저주저 끝에 “저… 책을 한 권 냈는데요, 꼭 읽어봐 주시고 서평을 부탁드립니다.”대개 나이 지긋한 분들이 평생의 기구한 사연을 담았거나, 혹은 안에서 터져나온 말을 책의 형태로 만들기는 했지만 어떻게 알릴 방도를 찾지 못한 이들입니다.
다른 스타일, 대뜸 전화해서는 “거 출판 면에 광고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요?” 하고 묻습니다. 숫제출판 기사를 광고로 생각하는 분들이지요.
이런 양반들은 대개 말 끝에 “나 한국일보 수십년 독자요”라며 “광고 안 내주면 신문 끊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하십니다.
이 책들을 살펴보면 신문에 소개하기는 민망한 내용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 오히려 출판기자의 책임이란 걸 다시 새기게 됩니다. 이들은 적어도 책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이지요.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다시 한번 출판계의 ‘사재기’와 관련한 문제 때문입니다. 요즘 참 양심선언이 유행이더군요. “솔직히 나도 사재기한적 있다.
그래도 큰 효과 못 봤다.” 혹은 “서점인맥 관리하고 향응 선물까지 해야 한다”는 말들이 이제 거리낌없습니다.
서로 사재기 전력을 폭로하느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영화 제목까지 들먹여지더군요.
심지어 출판 일을길거리 슈퍼마켓, 담배회사들의 경쟁과 비유해 ‘전쟁터’라고 표현한 글도 있었습니다.
한 잡지에 실린 출판전문가 좌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뭔지 아십니까?‘시장’입니다. 순문학시장, 어린이 출판시장, 영어책시장…. 물론 시장이고 전쟁터지요.
하지만 그건 아이들 과자 파는 시장이나, 영화나 드라마 한 편 잘 만들어서 외국에도 비싼 값에팔고 하는 경우와는 다르지요.
출판인들부터 “사재기를 해서라도 베스트에 진입시키려는 노력이 오래도록 있어왔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한 우리 책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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