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도서관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진열된 차례대로 책을 읽어 나갔다.무차별 독서였다.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읽는 일밖에 없다는 식으로 책을 읽었다.나는 스승도 없고 영혼의 안내자도 없으니 무차별 독서를 해서 나 스스로 내가정독할 책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서에서 잭 런던까지, 올리버 골드스미스에서 대영백과사전까지, 내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문화유산들을잡식하고 포식하느라고, 늘 시간이 모자라고, 늘 불만에 차 있었다.
책을 읽는다고 읽은 책들을 다 사랑하는 게 아니었다. 부산에 가기 위해서 천안,대전, 김천을 거치듯이, 내가 원하는 책을 만나기까지, 쓸 데 없는 책들을 미칠듯이 분노하면서 질주하듯이 읽어나갔다.
그렇게 해서 찾은 책이 코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다. 스무 살의 김점선이 이 세상 전부를 걸어 잠그고 오로지 이 한 권만으로 살겠다고 맹세하던 책이다.
그 당시의 내 정신상태를 그대로 반영한 책. 세상을 반항적인 시각으로, 전에없던 시각으로 재해석한 책, 세상을 보는 눈을 확 뒤집어준 책이다. 요샛말로 하자면 ‘창조적인 시각’을처음 열어준 책이다.
그런 책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도 혼자서 도서관에서 책 읽다가 알았다. 그 즉시책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도서관을 나왔다. 광화문에 있는 책방 ‘법문사’에 갔다. 그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책을 손에 쥐었을 때, 기쁨에 몸이 떨렸다. 아무 방해 없이 며칠이고 몇 달이고이 책만을 읽고 싶었다. 이 세상과 유리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책 첫 장에 잉크로 썼다.
“나는 감옥에 가고 싶다. 오로지 이 책을 읽는 일만을 하기 위해서.”
김점선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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