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일본의 교과서 재수정 요구 거부에 대해 ‘당력이 아닌 국력을 모을 사안’이라며 초당적 대처를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당 지도부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여권이 일본 교과서 문제를 언론사 세무조사 등 정국 쟁점에 쏠린 국민들의 눈과 귀를 돌리는 데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리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2일 확대당직자 회의에서 “정부가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언론사 세무조사나 황장엽(黃長燁)씨 방미 문제 등의 초첨을 흐리려 하는 것은 절대 묵과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총재는 또 “일본 교과서 문제에 대해 부화뇌동해 (정부 여당을) 따라가지만 말고 국민정서를 심각히 받아들여 일본에 따끔한 맛을 보일 수 있도록 당의 입장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한 핵심 당직자도 “여권이 일본 교과서 문제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는 두 손을 놓고 대통령이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면서 “중국의 국가주석이 이 문제에 직접 나서고 있는지 비교해 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교과서 문제에 다리를 걸치면서 언론 국정조사 문제 등에 불을 지피기가 쉽지 않다”면서 “알면서도 피해갈 수 없는 묘한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일단은 18일까지는 국회가 열려 있는 만큼 관련 상임위와 긴급현안 질의 등을 통해 황장엽씨 방미나 언론사 세무조사에대해 집중 거론, 국민의 관심을 붙잡아 둘 계획이다.
대변인실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현정권의 언론탄압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는등의 정국 현안에 대한 8건의 성명ㆍ논평을 쏟아내며 여권에 집중포화를 가했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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