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근 대가성 없는 원조교제에 무죄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청소년보호위원회와 청소년ㆍ여성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일부 법관도 법 조항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청소년보호위 김성이(金聖二)위원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자청, 청소년 성 매매 범죄에 대한 법원의 신중한 판결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각종 성범죄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된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의 운영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상급심의에 신중하고 사려 깊은 판결을 기대한다”며“위원회의 의견을 사법부와 행정부내 관련 기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보호위의 이 날 입장 발표는 행정부의 기관이 법원의 판결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표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위원장은 또 성 매매 대상청소년 형사처벌에 대해서도 “청소년이 개과천선할 기회를 가로 막아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등 10개 단체 회원 2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 앞에서 검정색 테이프로 ×표시를 한 흰색마스크를 착용한 채 침묵시위를 벌이며 법원판결에 항의했다.
이들 단체는 “청소년 성 보호법은 특별히 아동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라며“이번 판결은 청소년이라는 특수성과 문화적 경각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성인 중심의 편협한 법률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번 무죄선고가 판례로 남을 경우, 오갈 데 없는 청소년이 성 매매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법관도 현행 청소년 성 보호법이 조항 미비로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겠다는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가성 여부가 처벌 근거가 되다 보니 청소년이 성인에 의해 잘못 된 길을 가더라도 금품이 오가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법관은 “법에 원조교제를 한 양 당사자의 평소 관계나 청소년의 연령 등 구체적 조항을 마련해 청소년성 매매가 아니라고 판단할만한 법적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며 “이번 무죄 판결이 법의 허술한 조항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지법 형사4단독 윤남근(尹南根) 판사는 9일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청소년A(15)양과 성 관계를 갖고 차비 등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홍모(20)씨 등 5명의 피고인에게 “청소년과 성인이 성 관계를 맺었더라도 금품 등을 대가로 하지 않았다면 처벌을 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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