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설욕이냐,삼성의 연승이냐.'건설도급 순위 2위와 6위인 삼성물산 주택부문과 LG건설이 13일 서초구 반포동 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 시공사선정을 앞두고 자존심을 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5월 가락한라 재건축 수주전에 이어 2개월만에 다시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치르게 된 것.
가락한라전에서는 삼성이 100여표차(전체 조합원 980명)로 승리했다. 반포 주공2단지 재건축은 기존18~25평형 1,720가구를 허물고 25~53평형 2,767가구를 짓는 4,800억원대의 거대공사.
양사는 홍보전에 앞서 상호비방을 자제하고페어플레이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반포대전'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조합원을 찾아 전국을 누비는가 하면 자신들만의 독특한 수주전략으로 조합원 마음잡기에 바쁘다.
LG는 가락한라전에서 전체 조합원의 10%에 이르는 지방조합원표를 대부분 빼앗겨 패했다고 자체분석하고, 이번에는정당 선거조직을 방불케할 정도로 지방조직을 구성했다.
수도권을 5개 권역, 지방을 7개권으로 분할해 각 지역에 4, 5명의 해당 지방 출신 직원을파견했다. 제주도에도 2명의 본사 직원을 보냈다.
삼성은 지방 공사현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또 서울 본사에서도 수도권에20명, 지방에 15명을 전담 배치한 상태다. 양사의 현장사령탑인 영업팀장들의 면면도 화제다.
삼성물산 이경택팀장은 대치3동 시공권을 따낸 것을시작으로 가락 한라, 압구정동 한양7차까지 내리 3연승을 일궈낸 반면 LG건설 주상수팀장은 최근까지 8연승을 구가할 정도로 LG건설의 재건축시장을개척한 장본인이다.
양사는 공사비가 '확정이냐, 변동이냐'여부로 첨예한 신경전을 펴고있지만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은 13일 오후2시 도곡동 진선여고 강당에서 열리는 조합원 총회에서 이뤄진다.
김혁기자
hyukk@hk.co.kr
■막판 수주전 이모저모
조합원 총회를 3일 앞둔 11일 반포 주공2단지 아파트 재건축 조합추진위원회 사무실에 시공사 수주전에 참여한 두 업체 가운데 한 업체의사업팀장이 뛰어들어왔다.
상대 업체가 홍보물을 만들면서 자신의 이니셜을 거명한 광고문구를 삽입한 것에 격분, 추진위원회측에 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추진위 관계자는 "서로가 물러 설 수 없는 진검승부를 펼치다 보니 서서히 비방광고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2동 14만7,000여평에 자리잡은 반포주공2단지 아파트단지는 선거전을 방불케하는 LG, 삼성측의 수주전으로 여름이더욱 뜨겁다.
단지를 들어서는 조합원들에게 조금이라도 환심을 사기 위한 도우미들의 미소 섞인 인사소리가 정문 주위를 항상 맴돌고 있다.
LG계열사가전통적으로 채택해온 체리색깔의 깃발과 삼성을 상징하는 진청색 깃발이 곳곳에 놓인 단지는 마치 컴퓨터 모의 전투게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홍보에열을 올리던 한 직원은 "법정공방까지 가는 부작용을 낳았던 전례를 거울삼아 업체간 홍보기간, 방법까지 서로 협의하는 등 페어플레이를 다짐했지만총회가 다가오면서 결국 분위기는 과열쪽으로 치닫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활을 건공방(攻防)전
강남권의 상징적인 재건축 단지에 입성,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는 LG는 100여명에 이르는 직원을 동원해 면대면 접촉에 주력하고 있다.
현장사령탑인 주상수(46)부장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직접 조합원을 만나 설득작업을 펴고 있다"며 "가급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도우미들보다전문식견이 있는 본사 직원들을 최대한 많이 동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는 삼성측도 100명에 가까운 인원을 동원해 면대면 설득에 힘쓰는 한편, 현장캠프에 PC와 액정모니터를 설치하고 시각이미지로 조합원을 사로잡는 전술을 쓰고 있다. 양측 모두 지방거주 조합원의 표까지 긁어 모으기위해 지방원정도 불사하는 것은 물론이다.
조합원을 사로잡기 위해 내세우는 조건을 둘러싼 공방도 불을 뿜고 있다.
LG측은 "조합원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무기한 공사비 확정,이주기간이 길어질 때 발생하는 연체금의 시공사 부담 등을 입찰서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처음 제시한 마감재 수준을 지키기 위해 견본주택을사진으로 촬영해 공사비 확정조건과 함께 공증을 받겠다고 조합추진위에 제안했다.
이에 맞서 삼성은 ▲저렴한 공사비 ▲2003년 12월 이전 완공시공사비 확정 등을 입찰서에 내걸었다.
공사비 확정조건 공증에 대해서 삼성측은 "애초에 입찰서에 내용을 기입하지 않고 공증을 받자고 주장하는 것은입찰서의 효력을 무시하고 다시 입찰서에 새 마케팅 카드를 추가하는 것과 같다"며 "공정경쟁을 위반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문제점
홍보전은 치열하지만 정작 이들의 우열을 가려야하는 조합원들이 양측의 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외부거주 조합원이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결성 8개월 밖에 되지 않은 조합추진위의 일손이 다소 달리기 때문이다.
양측 조건의 장ㆍ단점을 알아보기위해 추진위 사무실을 찾은 한 조합원은 "두 업체가 내건 조건 가운데 어떤 것이 더 나은지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불평했다.
또다른 조합원도 "사무실에 직접 와서야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며 "이 상태로 총회를 제대로 열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21세기 컨설팅 한광호 과장은 "재건축은 시행과정에서 수없이 문제점이 불거지는 만큼, 처음부터 세밀하게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종덕기자
lastrad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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