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뷔통, 크리스티앙 디오르, 지방시, 모에 & 샹동, 동 페리뇽,크리스티앙 라크루아, 쇼메, 겐조, 카르티에…. 전세계 멋쟁이들을 사로잡는 이 눈부신 특급 브랜드전부가 한 남자의 손에 있다.프랑스 기업인 베르나르 아르노(51)다. 그는 45개 특급 브랜드를 거느린 패션 제국 LVMH(루이 뷔통-모에헤네시) 그룹의 황제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꼭 나갈 자리 외엔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언론과 접촉하지도 않는 은둔자 아르노를 프랑스 저널리스트 이브 메사로비치가 속속들이 인터뷰했다.
경영철학과 성공 전략부터 사생활과 정치ㆍ경제ㆍ사회에 대한식견까지 꼬치꼬치 물었다. ‘나는 내 꿈에 뒤진 적이 없다’(원제 ‘창조적 열정’)는 그 결실이다.
베일에 싸인 황제는 이 책에서 제목처럼 자신만만하게, 그러나 냉철하게, 영감을 자극하는 신선한 대답을 들려주고 있다.
핵심은 ‘창조적 열정’이다. 패션 제국을 일으킨 비밀이 그것이다. 공학도 출신으로 시골의 건설업체를 운영하던 그가 나이 34세에 부삭(크리스티앙 디오르의모기업)을 인수하고, 그 뒤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LVMH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힘이 거기에 있다.
그는 “나를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창조적 열정’이며 나는 일생을 통해 한 번도 내 꿈이나 야망에 뒤져 살아본 적이 없다”고말한다.
45개나 되는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비결은 각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탈중심화’에 있다.
그는 브랜드마다 창조적 열정으로 움직이게했다. 덩치만 키우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 끝에 스스로 목을 조르는 미련한 경영자는 아르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베일을 벗은 황제의 모습은 매력적이다. 경제의 자유를 열렬히 옹호하고 인터넷 혁명의 미래를 낙관하는 기업가인가 하면,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실력의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잘 생긴 스포츠광, 가족에 헌신하는 가장, 문화예술에지원을 아끼지 않는 애호가이기도 하다.
이 당당하고 매혹적인 자본주의 투사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독자도 있으리라. 신자유주의의 급류에 익사 위기를 절감하는 마당이니 더욱 그럴 수 있다.
아르노는 ‘사치품 브랜드를 닥치는대로 집어삼키는 불가사리’라는악명도 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철학과 비전은, ‘우리에게도 이만한기업인이 있는가’ 라는 부러움 섞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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