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화사의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과 그 위작(僞作)을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14일~8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02-580-1514)에서 열리는‘명ㆍ청ㆍ근대기의 진작ㆍ위작 대비전’은 위작을 통해 진품의 위대성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이색 전시회다.
전시작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박물관 소장 80점. 진작 40점과위작 40점이 나란히 왔다.
명(明)대 미인풍속화의 대가 구영(仇英ㆍ생몰년미상)의 ‘적벽도(赤壁圖)’, 청(淸)대에 이름을 날린 화승 석도(石濤ㆍ1642~1707)의 ‘고목수음도(古木垂陰圖)’ 등 중국의 1급 국보 2점이 포함됐다.
랴오닝성 박물관이 지난 해 2월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에서 가진 첫 해외 전시회에 이은2번째 전시회다.
전시 작가는 명의 문징명(文徵明), 동기창(董基昌), 남영(藍瑛)과 청의 왕감(王鑑), 왕원기(王原祁), 황신(黃愼), 근대기의 임백년(任伯年), 고검부(高劍父), 제백석(齊白石), 장대천(張大千) 등 중국 서화사의 거장들이다. 문징명과동기창은 남종화를 중흥시켰고, 왕감은 청대 회화의 터전을 마련한 주역이다.
관심은 이들의 작품을 위작이 얼마나 똑같이 흉내냈는가 하는 점. 문징명(1470~1559)의 ‘적벽부’(세로 33㎝, 가로18.9㎝)와 그 임본(臨本ㆍ진작을 옆에 놓고 베낀 위작ㆍ세로 44㎝, 가로33㎝)을 보자. 크기만 다를 뿐 일반인이 보기에는 똑같다.
한자의 삐침과 흘림은 물론 낙관까지 그대로 흉내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동천(36)중국 선양(瀋陽)공업학교 교수 겸 랴오닝성 박물관 객원연구원의 설명 없이는 구별이 불가능하다.
“임본은 문징명의 부드럽고 유려한 글자체는 따랐으나 그 내면적 기세가 흐르지 않는다.발문에는 ‘노안이 흐려져서 글씨가 제대로 되지 못한다’고까지 써 솜씨가 좋은 위작임이 분명하다.”
임백년(1840~1895)의 ‘인물도’와 그 방본(倣本ㆍ원작의 정신과 형식을 흉내내어그린 위작) ‘종규도(鐘馗圖)’도 마찬가지다.
진작은 귀인과 여종을 그렸는데 구성이 짜임새가있고 필선도 유려하다. 이에 비해 방본은 필선이 경직되고 구성이 허술한 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느껴진다.
이 교수는 “중국 정부는 1983년 ‘서화감정 7인 소조’를 구성해 90년까지 전국202개 박물관을 대상으로 20만 여 점의 진위 여부를 판단했다”며 “이번 전시작은 당시 감정 결과에 따라 진작과 위작으로 결정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4일 오후 2시에는 양인개(楊仁愷ㆍ86) 랴오닝성 박물관 명예관장, 21일 같은 시간에는 이동천 교수가 ‘중국서화의 진위감정을 말한다’는제목으로 특별강좌를 갖는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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