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11일 언론 세무조사 정국에 보다 차분하게 대처해 줄 것을 당직자들에게 당부했다.이 총재는 이날 총재단 회의에서 “우리 당이 언론문제를 추궁하고 따지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정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이 총재는 “우리가 사태의 초점을 야당 죽이기 음모에 맞추다 보면 ‘정쟁몰이’라는 여당의 주장에 함몰될 위험성이 있고, 국민들도 그렇게 볼 가능성이 있다”면서 “모든 당직자들은 정쟁에 휘말리지 말고, 자유 민주주의 파괴행위라는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언뜻 원론강의처럼 들리는 이 총재의 언설에는 몇 가지 함의(含意)가 담겨 있다는 게 측근들의 독법(讀法)이다. 무엇보다 이 총재는 최근의언론 상황이 ‘우려했던 방향’으로 흐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몇몇 언론사의 인적 재편 과정에서 감지되고 있는 대(對) 정권 투쟁노선의 변화 조짐이 이 총재로하여금 언론문제에 보다 냉정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환기시켜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관용(朴寬用) 언론자유수호 비상대책특위위원장이 이날 총재단 회의에서 “언론세무사찰 고발 후 언론사의 인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 판단으로 있어서는안될 인사가 이루어진다면 참으로 큰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주목해서 살피고 있다”고 굳이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언론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키 어려운 마당에 한나라당과 특정언론이 한통속으로 취급되는 것도, 특정언론 목죄기가 야당 죽이기로 곧장 등식화하는 것도 모두부담”이라고 말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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