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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일협정 정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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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일협정 정리부터

입력
200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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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문제로 또 다시 어수선하다. 그 문제는새삼 여기서 거론하고 싶지 않다. 다만 1990년대 중반부터 이미 예견되었던 문제에 대처하지 못한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정부에 대해 꼭부탁하고 싶은 것다.제발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해 기본입장을 세우라는 것이다. 이번 교과서문제의 핵심도 식민지시기 피해사실에 대한왜곡인데, 우리정부가 진작부터 이것에 대해 기본입장을 철저히 하고 태도를 분명히해왔던들 사태가 이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것이다.

한일협정에 대한 정부의 기본입장은 교과서 문제보다 더 급박한 일을위해서도 필요하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군위안부 피해배상 소송에서 한일협정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표명이 시급히필요하다.

이 소송은 일본에서의 법정소송이 백전백패에 부딪치고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가 강제력을 발휘하지 못한상황에서, 제3국인 미국에다 이 문제의 법적실행을 맡겨보자는 동기로 시도된 것이다.

이 소송은 배상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군위안부 피해문제에 대해 일본정부가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그 범죄성과 법적 책임을 국제적 기준에서 명확히 하는데더욱 큰 의의가있다.

은폐되고 왜곡돼온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통로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위안부 피해자들이 미국 법정에서 일본정부에 대해 배상요구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지난 3월 일본정부는 국가간 조약으로 이미모두 해결되었다며 소송기각신청서를 제출했다.

더욱이 같은 날짜에미국정부도 일본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이 소송은 정치적(외교적) 사안이므로 미국법정에서 다루기 적절치않다는 의견서를 냈다.

이것이 일본정부의 엄청난 로비 효과 때문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상황에서 한국정부의 입장표명이 절실히 필요하며 소송 기각에 대한 예비심사가 8월1일이므로 매우 급박하다.

소송을 지원하는 학자 및 시민단체들은 우리 정부에 의견서제출을 여러 차례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한일협정에 대한 기본입장이 없는것인가, 아니면 의사를 밝히려는 의지가 없는것인가. 둘 다인가.

답답한 일이다. 이것은 비단 이 소송에만 관련된 일이 아니다. 정치, 경제, 문화, 남북문제, 어업협정 등 일본과 긴밀하게 맞물린 수많은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우리정부가 해방후 공식적 한일관계를 규정하기 시작했으며 여러 항목에서 해석이 명료하지 않은 한일협정에 대해,철저한 국제법적 검토에기반한 기본 입장과 사안별 구체적 해석을갖고 있지 않다는것은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럴 리 없다고 믿는다. 만약없다 해도 이제부터 집중적으로 검토하여 정리하면 될일이다. 특히 군위안부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유엔및 국제 NGO 등에서 한일협정으로 해결될 수없다고 치밀하게 국제법적으로 검토한 내용이 축적돼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의지이며, 외교력이라고 본다. 다행히 이번 교과서문제를 통해 우리 정부가 일본의 역사왜곡을 용납하지 않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이 일회성분노가 아니라 앞으로그 대책을 강구하는 장기적 기반이 될것임도 믿고 싶다.

그렇다면 한일협정에 대한 입장정리는 필수적이다. 정리된 입장의 당당한 표명도 주권국가로서 당연하다.

이입장 위에 서서경제, 어업 등여러 현안을 어떻게처리하는가는 외교력의 신장으로 풀어갈 문제이다.

이번 군위안부 미국 소송은식민지 피해문제의 해결에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교과서문제에서 우리정부가 보여준 의지로 이번소송에서 강력한 입장표명을 해 줄것을 절실하게 바란다. 교과서 문제에서 막힌 한일관계의 출구가 뜻밖에 이소송에서 발견될 수도있을 것이다.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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