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와 종로서적 등 대형서점에서 4년째 단행본 서적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진닷컴 이문칠(李文七ㆍ57) 사장의 경영이념은 거창하지 않다. 직원 150여명의평균 나이가 28세인 젊은 기업에서 ‘나이 든’ 오너가 처신하는 방법은 최대한 자율을 보장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직원들이사장에게 품위서를 들고 올라오면 무조건 ‘해보라’고 지시하는 데 그네들은 그때가 가장 무섭답니다. 사실직원 한명이 삐끗해봐야 회사에 몇 억이나 손해를 끼치겠어요.” 그는 직원들이 실수한다는건 용감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벌이든 그냥 둔다. 벌써 8년 전에 팀장들에게 회사의 결제권 대부분을 넘겨줬고 자신은 뒤에서 ‘고문’ 역할만 하는 셈.
그러나 영진닷컴의 실적은 눈부시다.지난 해 250여종의 정보기술(IT) 서적을 출판했고 39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 240여종 등 총 400여종의 신간을 내놓을예정이다. 하루에 1권 이상 새 책을 쏟아져나오는 바람에 영업사원들은 수험생 마냥 밤새 공부해야한다.
온나라 경제가 휘청대던 97년말에도 신입사원을 15명이나 뽑았고, 98년에는 매출액 성장률이 90% 가까이 뛰어 128억원에 이르렀다. 이 사장은 “어음, 수표 거래를 지양했고 87년 영진 간판을 올렸을 때부터 무차입 경영을 해왔다”며 “장사가되는 소설을 만들어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꾸준히 IT서적에만 매달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말했다.
영진닷컴은 분명히 출판사임에도불구하고 국내의 어떤 인터넷기업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이 매끄럽다. 96년 홈페이지(www.youngjin.com)를 개설한 뒤부터는 수험관련정보를 비롯해 출간서적의 Q&A까지 완벽한 A/S체제를 구축했다. 홈페이지 1일 평균 방문객수는 5만명. 인터넷 사전예매제를 통해 출간예정서적의 성패를 미리 점칠 수도 있다. 안팔릴 책을 찍어낼래야 찍어낼 수 없는 시스템이다.
그 덕분으로 지난 4일 출판ㆍ미디어ㆍ통신다국적 투자회사인 BCEA사로부터 국내 출판사 최초로 해외자본 42억원을 유치했고 10월에는 정보강국 미국에 1억원 상당의 IT서적 1만권을 수출한다.그는 “BCEA사는 ING그룹과 미국의 대형 출판사 맥그로힐, 시카고 트리뷴, 싱가포르 정부 등이자본참여한 회사이기 때문에 영진닷컴은 세계 굴지의 제휴사와 해외진출 교두보를 동시에 얻게 된 것”이라며 “우리나라도맥그로힐이나 IDG 같은 출판사를 하나쯤 가질 때가 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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