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의 와중에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최병렬(崔秉烈) 부총재간에 미묘한 균열음이 새어나오고 있다.“언론 대치정국에서 밀리면 대선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기본 인식에는두 사람간 별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여 전략에는 강ㆍ온의 차이가 크다.
최 부총재는 “좀더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사주가 구속되고 나면 늦다”며 현 시점에서의 강경 투쟁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총재는 단계적 대응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은 마지막 카드를 쓸 때가 아니다”는 판단이다.
10일 보수 성향 의원들이 주축이 된 ‘나라를 걱정하는 의원들의 모임’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두 사람 사이에는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전날 이 사실을 미리 안 이 총재가 “내용이 당에서 주장한 것과 비슷하니, 대변인 이름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최 부총재에게 전달했지만, 최 부총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임은 실질적으로는 최 부총재가 이끌어 나가고 있다.
두 사람간의 갈등 기류는 이미 올 봄에도 잠시 흘렀다. 지난 4월 최 부총재를 구심점으로 해 당내 보수 중진들이 “당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며 모임을 결성하려했을 때 이 총재가 이를 말린 적이 있다. 당시 이 총재 측근들은 “잠재적 도전자로서의 세력 만들기에 나선 것”이라며 최 부총재의 행보를 못마땅해 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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