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등학교 현대사회 교과서 집필자의 한 사람인 다카시마 노부유키(高嶋伸欣) 류큐(流球)대 교수가 검정과정에서 당한 박해는 일본에서 유명하다.30년간 국립대 부속고교 교사로 일하면서 그는 개인간에는 물론, 국가간에도 우열이 구별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93년 ‘아시아 속의 일본’ 챕터를 맡아 집필했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한국과 중국을 야만사회로 규정했고, 가쓰 카이슈(勝海舟)는 한국이 일본의 옛 스승이라고 썼다.
■그러나 이 교과서는 그대로 출판되지 못했다. 문부성이 검정과정에서 후쿠자와 관련 기술을 문제 삼아 전문삭제를 지시한 것이다.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이며 일본 최고액권인 1만엔 짜리 지폐에 초상화가 나오는 인물을 너무 나쁘게 썼다는 것이 문제의 전부였다.
다카시마 교수는 그 단선적인 논리를 납득할 수 없었지만, 불합격은 겁났다. 결국 다른 집필자의 글로 대체해 교과서가 햇빛을 보게 하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엊그제 서울에서 열린 일본 역사교과서 한ㆍ중ㆍ일 포럼에 참석한 그는 문제가 된 ‘새 역사 교과서’가 우익진영 음모의 결실이라고 단정했다.
고대 일본 천황에 관한 허황된 신화를사실로 표기하고, 천황 신격화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 쇼와(昭和) 천황을 명군으로 떠받들고, 전시 한국인들에게까지 암송을 강요한 교육칙어 전문을 게재한 사실 등을 근거로 들었다.
천황의 국가 원수화, 자위대의 군대화를 주장하는 세력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 그런 부분에 대한 수정요구라면 그들 주장대로 내정간섭이될 소지가 있을까. 그러나 침략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상에 관한 것을 사실대로 써 달라는 요구는 간섭이 아닌 정당한 인권 주장이다.
이 요구에 대해일본 정부는 역사인식은 검정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로 끝내 외면하려 한다. 후쿠자와 비판은 근거도 없이 전문삭제를 관철하면서, 이웃나라와 관련된 사실인식의 오만성에 눈을 감아주는 것이 역사인식 존중인가. 결국 같은 패거리였다는 세계의 비판을 감수할 것인가.
/문창재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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