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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 할머니 비석에 뭘 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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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 할머니 비석에 뭘 써야 하나

입력
200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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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가 역사교과서 재수정 요구를 정면 거부한 10일 오전 일본군위안부 출신 할머니의 쓸쓸한 영결식이 있었다.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시립병원 영안실에서 열린 그 외로운 장례는 반세기가 넘은 지금도 일제 침략의 후유증이 한국인의 삶 한가운데 생생하게 남아있음을 보여주었다.

황옥임 할머니는 20세 때 일본 경찰에 끌려가 중국땅에서 지옥 같은 세월을 보냈다. 광복 직후 고향 거창에 돌아와 징용자 출신 귀국자와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불구의 세월’을 살 수밖에 없었다.

말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과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노인복지회관에서 살았다. “일생이 망가진 채 자식도 없이 세상을 떠난다.

묘에 비석이나 하나 세워달라.” 이것이 황 할머니 유언이다. 이 비석에 우리는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일본은 과거의 반인륜적 범죄를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처를 할퀴어 피해국가 국민에게 고통을 주어왔다.

일본의 유력신문은 최근 종군위안부를 전쟁시 근로 동원된 정신대라면서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불구의 세월을 살다가 남 몰래 죽은 황 할머니의 죽음은 무엇이며, 다음날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정례 수요집회는 왜 있는 것인가.

일본 정부는 검정제도를 이유로 왜곡된 역사교과서의 개정을 끝내 거부했다. 일본 학계일각에서도 20세기 전반기 학문이란 이름으로 저지른 교과서 왜곡 만행을 지지하고 있다.

고대사에서 근ㆍ현대사 연구에 이르기까지 식민사관으로 분칠하고 싶은 나머지, '천황의 군대'가 저지른 실책인 군대위안부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 때문에 일본의 역사교과서 내용을 중시한다. 그 교과서를 배울 사람은 장래 일본을 이끌어갈 청소년들이다.

청소년이, 왜곡 교과서를 만든 사람들처럼,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어둡다.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그 책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 이유가 거기에있다.

한국인 가운데는 눈을 시퍼렇게 뜨고 일본의 미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10년간 61명의 군대위안부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 140명이 생애 그 자체로서 일본의 불의를 폭로하고 있다.

우리는 황옥임 할머니의 비석에 일본의 부도덕성을, 암담한 미래와 함께, 기록할 수밖에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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