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함께 외환위기 극복의 쌍두마차 역할을 해온 외자유치가 최근 신규투자와 고용창출을 유발하는 ‘공장설립형 투자(Green field invest)’ 보다는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펀드성 자금이 주종을이뤄 자본성격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또한 국내에 진출해있는 일부 외국기업들이 국내 공장을 단순히 하청기지화하려는 사례가 많아 외국투자기업의 경영행태에 대한 비난도 일고 있다.
11일 관계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환란이후 급속히 증가했던 외자유치는 올들어 노사분규 급증 등 투자환경 악화로 정체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단기차익을 노리고 국내기업 및 금융기관을 인수한 후 기업가치를 높여 되팔려는 벌처펀드들이 주로 유입되고 있다.
올들어 6월말현재 외국인투자는모두 6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8% 증가했다.
그러나 이중 외자유치를 위해 조세피난처인 케이만군도에 서류상의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차려 일시적으로 지분을 넘긴 SK텔레콤의 지분매각분(29억6,000만달러)을 제외할 경우 37억400만달러로 쪼그라들어 전년동기대비 34.8%나 급감했다.
상반기까지 외자유치를 부문별로 보면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신규 법인 설립 및 전략적 제휴 등을 위한 신주(新株) 취득은 25억3,800만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대비 52.6%나 추락했다.
반면 펀드성 자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주(舊株) 취득에 의한 외자유치는 39억100만달러(SK텔레콤 지분매각 제외시 9억4,100만달러)로 무려 1,130%(SK텔레콤 제외시 296.8%)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외자유치는선진경영 기법 전수 및 지배구조 선진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최근 단기 차익을 노린 펀드성 자금들이 들어오면서,이들이 철수할 경우 주가하락→외환시장 교란→대외신인도악화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며 “노사안정 등을 통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양질의 외자를 들여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부 외국 업체들이 한국기업을 인수한 후 단순한 하청기지로 활용하는사례가 많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본 아사히글라스가 본사의 생존을 위해 한국투자기업인 한국전기초자의 원가경쟁력을 무시한 채 감산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이에 반발한 서두칠 사장을 퇴진시킨 것은 부정적인 외국기업의 경영행태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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