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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매매 판결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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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매매 판결이 남긴 것

입력
200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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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소녀에게 잠자리와 식사, 차비 정도를 제공하고 성관계를 맺은 어른은 ‘원조교제’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논란과 화제를 낳은 이 판결의 외견상 쟁점은 어느 정도 물질적 원조를 법이 금지한청소년 성매매의 대가로 볼 것 인가다.

그러나 이 판결을 놓고 단순히 성매매와 정상적 교제의 경계가 어딘가를 논란하는 것은 잘못이다. 법과 처벌만으로 청소년과 그 성의 순결을 보호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사회 전체가 새삼 깨달아야 한다고 본다.

사전에 성관계 합의가 없었고, 식비와 차비 등도 정상적 교제에 따르는 비용일 뿐이어서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본 법원의 판단은 분명 논란할 여지가 있다.

청소년보호단체 등은 궁박한 처지인 가출 소녀와 성관계를 한 것은 성매매보다 악질적인 성착취라며 법원의 느슨한 잣대를 비난한다.

검찰도 분별력 없는 청소년과의 관계에 성인 수준의 대가성 기준을 적용한 것은 남성 중심적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논란은 건전한 상식만으로 시비를 가리기 어려운 혼란을 안겨 준다.

그러나 판결의 타당성을 지레 판단하기에 앞서, 법원의 무죄 판결이유를 우리 사회성의 현실에 비춰 진지하게 음미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가출 소녀와 성관계를 가진 것을 윤리적으로 비난 할 수는 있지만, 대가성 낮은 우발적 성행위까지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성의 자유로운 만남으로 볼만한 관계까지 법이 간섭하는 것은 사생활과 애정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소년 성보호만을 생각한다면, 법원의 판단은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듯 하다. 그러나 청소년 성보호법은 미성년 성의 상품화를 막기 위한 것으로, 청소년과의 성관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른들은 흔히 즉흥적 성관계를 갖는 사회가 청소년과 상대 어른에게는 진지한 애정관계를 요구하고, 이를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기준으로 삼는 것도 다분히 위선적이다.

청소년 성매매가 만연한다고 해서, 무작정 엄격한 도덕적ㆍ법적 잣대와 처벌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얘기다.

이 사건에 대해 상급심은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단지 미성년 원조교제와 정상교제의 경계가 어딘가에 관심 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청소년 성의식이 놀랄 정도로 급속히 자유화 하는 추세에 적응하는 사회교육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가출 청소년 선도와 보호에 힘 쏟지 않으면서, 성매매 처벌에 엄격한 잣대만을 요구하는 것은 공허한 위선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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