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경영으로 유명했던 태광산업이 화섬부문 불황과 노조의 장기 파업, 외국계 소액주주의 경영권 공격 등으로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했다.태광산업은 노조 파업 29일째인 10일 화학섬유 부문의 가동중단에 이어 석유화학부문인 연간 25만톤 생산규모의 ANP(프로필렌 원료)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회사측은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화섬 뿐만 아니라 수직계열로 이어져 있는 관련 공정의 연쇄 가동중단이 불가피해졌다”며 이 달 중순에는 같은 생산규모의 AN(아크릴 원료) 공장도 50% 감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노조의파업으로 하루 평균 4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으며 지금까지 매출손실 등 피해규모가 1,000억원을 넘고 있다”며“최악의 경우 울산 공장 전체가 가동이 중단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제품단가 하락과 밀려드는 중국제품에 못이겨 올 1분기에 이미 1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채산성 악화와 수출감소로 인한 난국을 구조조정으로 타개하기 위해 인원감축을 추진하고있다.
회사측은 설비감축을 이유로생산직 240명에 대해 명예퇴직 등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태광산업과 계열사인 대한화섬 노조원 2,000여명은 회사측의 인원정리와 구조조정 방침에 맞서 지난 달 12일부터 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 중이다.
현재 국내 화섬업계는 공급과잉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중국 등 후발국의 증산으로 인한 수출감소, 각국의 수입규제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스판텍스 등 화섬과 석유화학ㆍ전자제품 등을 생산하는 매출규모 1조4,000억원의 태광산업은 지난 해 까지 흑자를 냈지만 올해 1,400억원 이상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노조의 장기파업 속에서 회사측은 최근 외국계 투자자의 경영권 공격에 맞서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달 23일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과 구조조정을 위해 상장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태광산업 지분 2.9%를 보유한 말레이시아계 투자기관인 오버룩 인베스트먼트(BBH KBMW)사가 14일 외부감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정식 요구, 외국인 소액주주와 회사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태광산업은 자본금이 55억원에 불과하지만 자산총계가 1조9,200억원에 이르러 증시에서 ‘최고의 자산주’로 꼽히고 있다.
90년대 초반에는 한때 주가가 80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가 경영 투명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낮은 배당과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 주요 경영사항 결정과 관련한 불만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산업의 상장폐지 선언은 이같은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제 기준에 맞는 투명경영과 주주중시 경영을 한다는 것이 회사의 기본 방향”이라면서도“장기비전과 무관하게 소수 외국인 주주가 세세한 경영부문까지 간섭한다면 굳이 상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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