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이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와 관련해 신문에 자신의 주장이 담긴 기고를 하면서 문인들 간에 ‘언론논쟁’이 가열되고 있다.언론 세무조사는 언론탄압이라는 선명한 주장을 펴 논란을 촉발한 이문열(53)씨에 이어 황석영(58)씨가 10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일부 작가들의 기고내용을 비판하는 내용의 견해를 밝혔다.
황씨는 이날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전화인터뷰를 통해 “현 정권의 언론개혁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제대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신문에 실린 글 가운데올바르지 않은 글도 많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하고 “문인의 신문기고와 관련, ‘지식인 탄압이냐, 곡학아세(曲學阿世)냐’는 논쟁이 있는데 나는 곡학아세 쪽에 생각이 실려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황씨는‘문인들의 정치적 발언’에대해 “언론권력과 문학권력이 적극적으로 결합한 현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지식인이라면 지배계급의 앞잡이로 봉사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신문에 자유롭게 기고할 수 있지만 그대신 바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언론사의 편집권과 경영권은 분리돼야 한다. 현 정권의 성패는 언론개혁 여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인터뷰에서 이문열씨 등 최근에 언론에 기고한 작가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그의 인터뷰가 방송된 후 이문열씨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이씨는 황씨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의 입장을 볼 때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만 밝혔다.
이문열씨가 2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 ‘신문없는 정부 원하나’를 둘러싸고 작가의 인터넷 홈페이지(www.munyol.pe.kr) 게시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계속 가열돼 1만 3,000여 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씨는 ‘책값 반환’발언파문에 이어 9일 ‘홍위병이 판친다’는 기고를 동아일보에 실으면서이번에는 ‘홍위병’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칼럼에서 소비자보호운동 차원에서 책반환 운동 조짐을 보이려는 것에 대해 중국문화혁명 때의 홍위병을 떠올리게 한다고 언급했다.
소설가이인화(35)씨는 같은 날 이문열씨를 변호하는 내용의 시론 ‘소설가는 질문한다’를 조선일보에 게재했다. 이인화씨는 “모든 사회가 한 곳으로 달려갈 때 소설가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설가이순원(43)씨도 9일자 경향신문에 ‘본질을 벗어난 곡학아세 공방’이라는 글을 실었다. 이순원씨는 최근의 곡학아세 논쟁의 본질은 ‘소설가와 국회의원의 공방’ 이 아니라‘언론사 세무조사’라고 주장했다.
현실문제에 대한 작가들의 발언은 지식인 사회에 파급돼 각 매체에는 이른바 이념논쟁이 벌어지고, 반박과 재반박 등이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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