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0일 방한중인 앤서니 기든스 런던정치경제대 학장과 조찬을 함께하며 김대중 정부의 이념적 성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제3의 길’이라는 새로운 정치이념을 주창한 기든스 학장은 현 정권을 “중도좌파적인 정권”이라고 주장했고 , 이 총재는 “대선 당시 김대중씨는 보수 노선을 표방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한나라당이 전한 대화록.
^이 총재=김대중 정권을 중도좌파라고 했는데 어떤 면에서 그런가. 중도좌파 이념으로 대선에서 이겼다고 생각하는가.
기든스=한국정치를 잘 모른다. 대통령 당선 전 캠브리지대에서 김대중씨 연설을 듣고 그런 것을 느꼈다.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이 총재=김대중씨는 (대선 전) 김종필씨와 연대, 국민들에게 “보수로 가는 구나”하는 인상을 줘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냈다. 사회민주주의 또는 중도좌파의 이념을 내걸고, 국민이 이를 지지해 당선된 것은 아니다. 당선 뒤 중도좌파적 색깔이 나타났는데, 그러면서 인기가 떨어졌다.
기든스=김 대통령의 이념 설명을 토대로 판단했을 따름이다.
이 총재=중도우파도 제3의 길을 갈 수 있지 않는가. 클린턴 전대통령도 공화당의 정책을 일부 받아들였는데, 제3의 길을 찾은 것 아닌가. 미 공화당도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기든스=동의한다. 제3의 길은 좌ㆍ우파의 전통적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정부형태, 투자형태, 새로운 정책 등이 좌ㆍ우를 넘어서 나와야 하고, 그것이 제3의 길이다.
기든스=햇볕정책은 북한을 지원하는 것인데, 이 총재는 북한 지원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총재=인도적 차원의 식량, 의료, 아동을 위한 지원은 무상으로 언제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전쟁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 북한에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지만 평화와 변화의 조치를 요구해야만 올바른 상호주의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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