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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단장서 대표이사 승진 현대 유니콘스 김용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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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단장서 대표이사 승진 현대 유니콘스 김용휘 대표

입력
200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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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잠실구장. 프로야구 현대-LG의 경기시작 1시간전인 오후 5시반께 김용휘현대유니콘스 대표이사가 3루쪽 덕아웃에 들어섰다. 평소처럼 이 사람 저 사람과 악수를 하고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 받았다.“선수의 마음을 사야 좋은 구단이 될 수 있다”고나름대로 프로야구단 경영론을 펴던 그의 눈길은 어느 새 경기가 진행중인 그라운드로 향해 있었다. 1996시즌부터프로야구에 참여한 현대가 불과 5년만에 우승 2차례(98, 2000시즌) 준우승 1차례(96시즌)의 탁월한 성적을 거두기까지는 그의 역할이 컸다.

현대의 초대단장으로 부임한 그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프로야구계에서는 드물게 1일 단장에서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두산의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구단의 대표이사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게 일반적이다. 김용휘씨가 단장에서 대표이사로 승진한 것은 그만큼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그의 이력은 아주 독특하다. 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래 현대그룹의 스포츠팀운영이나새로운 팀의 창단 때마다 항상 실무자로 참여했다. ‘현대맨’으로 23년간 일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세월을 스포츠업무에 종사했다. 입사하자 마자 선배가 외국현장으로 나가면서 우연찮게 여자배구팀의 주무를 맡게 됐다.

당시 현대건설 총무부의 말단직원이었던 그의인생은 이 때부터 스포츠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남자농구, 아마야구, 역도팀 창단에도 실무를 담당했고 대한수영연맹 일까지 돌봤다.현대가 남자농구, 여자배구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마다 그는 그림자처럼 선수들을 돌봤다.

“93년부터 1년반동안 현대건설 강원지사장으로 외도 한 것을 제외하곤 운동팀 뒷바라지만 했다”며“지금까지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그의 말에는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물씬 배어 있다. 사실 샐러리맨의 꿈은 전문경영인이다. 그 역시 현대그룹에 입사하면서 훗날 전문경영인의 포부를 간직했었다. 희망과는 다른분야에서 늘 무대 뒤의 인물로 존재해왔지만 그는 이제 샐러리맨 생활 23년만에 전문경영인의 위치에 올라섰다.

“프로스포츠팀 운영은 일반기업 경영과는 틀리다. 일반직장이 상명하복의 체제라면 프로스포츠팀 운영은 지휘관이 맘대로 할 수 없을 뿐아니라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달라 이만저만고달픈 게 아니다”고 말한다.

흔히 프로스포츠에 종사하는 프런트를 다음과같이 비유하곤 한다. 과장(課長)은 신경을 너무 많이 써 과민성 장염에 걸리는 과장(過腸)이고 부장(部長)은 장이 썩는 부장(腐腸)이요, 단장(團長)은장이 끊어지는 단장(斷腸)이다. 사장(社長)은 모든 책임을 지다보니 사장(死腸)이 되고 만다.

선수와 감독이 주연이라면 프런트는 조연이다. 항상 조연에 머물고 있는 그 역시한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집에서도 ‘빵점짜리 가장’ 소리를 들은지 오래다. 96년 단장을 맡은 뒤 그도 지독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4년간 집안 일을 다 팽개치고 홈경기는물론 원정경기까지 단 한경기도 빼놓지 않고 따라다녔다.

1년에 평균 133경기로 치면 532경기를 봤고 매년 7개월쯤은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딸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위해 비행기트랩에 오를 때도 그는 경기장에 있었다. 또 지금은 방송국 PD로 일하고 있는 아들이 야구를 하다가 방망이로이마를 크게 다쳤을 때도 그는 지방출장중이었다.

남자농구단을 돌볼 때는 이충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20일간 동고동락했다. 여자배구팀을 맡으면서 한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3개월간 도시락을 싸들고 그 선수의 학교로 출근하기도했다. 이제 그런 일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스포츠는 시나리오없는 드라마다. 성취감이 어느 분야보다 높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다.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걷고 싶다” 어느새 경기가 종료될 때쯤 되자 그는 “오늘은 힘들겠어.”며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박빙의 승부였기 때문에 그의 속은 편할리 없었지만 오늘도 웃는 낯으로 덕아웃을 찾아 선수들을격려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김용휘대표 약력

50년8월22일 강원 원주에서 출생.

경동고, 국민대를 졸업하고 78년 현대건설입사.

90년 현대건설 총무부장,

95년11월 프로야구 현대유니콘스 초대단장으로 부임.

2001시즌 6월31일까지 단장을 역임한 뒤 7월1일 대표이사 전무로 승진.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김용휘 대표의 강한 프런트론

프로스포츠에서 프런트와 선수단간에는 묘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프런트는 선수들을지원하는 선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게 선수단의 생각이다. 반면 프런트는 최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양자의 절묘한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용휘 대표이사는 선수단도 강해야 하지만 프런트도 탄탄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우선 프로스포츠의 성패는 스카우트에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가 튼튼해야 하듯 스카우트를잘 해야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기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건 프런트건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하는 마음은 똑같다.하지만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사단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프런트는 자신보다 상대편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또 다른 철칙이다. 선수들은 사기를먹고 산다. 하지만 도무지 합리적으로 처리할수 없는 일이 생기곤 한다. 이럴 때 프런트는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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